후원금 ‘쪼개기’ 의혹도… 태영호, ‘국힘의 짐’ 신세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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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기초의원 대가성 후원 의혹
김기현 대표 사실상 중징계 요청
태 “단 하나 오점 없이 당당하다”
민주, 즉각 수사 촉구 등 공세 강화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3일 국회에서 녹취 파문, 후원금 쪼개기 의혹 관련 입장 발표 뒤 기자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3일 국회에서 녹취 파문, 후원금 쪼개기 의혹 관련 입장 발표 뒤 기자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탈북민 최초의 지역구 국회의원에 이어 탈북민 출신 첫 집권 여당 최고위원에 오르며 정가의 주목을 받던 국민의힘 태영호(서울 강남갑) 최고위원이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논란을 일으킨 자신의 음성 녹취 유출 사건 등 일련의 구설수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국민의힘은 공천 개입설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태 최고위원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실상 ‘손절’에 나선 분위기다. 오는 8일로 예정된 당 윤리위원회 2차 회의에서 각종 설화로 물의를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과 함께 태 최고위원에도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태 최고위원의 음성 녹취 유출을 둘러싼 논란 등과 관련, 중앙당 윤리위원회에 징계 절차가 개시된 기존의 다른 사건들과 병합해 심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초 태 최고위원 징계 사유였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혐오 표현과 ‘제주 4·3 사건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 발언 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을 부른 발언과 이날 일부 언론에 제기된 ‘쪼개기 후원금’ 의혹 등을 모두 심사 대상에 올려달라는 취지다. 사실상 중징계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의 오해나 우려를 야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거운 정치적 책임감을 져야 된다”며 “이 논란 자체가 윤리위의 징계 결과나 양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은 이날 태 최고위원이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자신의 지역구(서울 강남갑) 시·구의원들로부터 정치후원금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기초의원 본인은 물론 가족, 지인들 명의로 후원금을 보내는 이른바 ‘쪼개기’ 방식이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은 지방선거 전후로 해당 후원이 이뤄졌으며, 관련 시·구의원이 모두 태 최고위원 지역구에서 당선된 점을 들어 후원 대가로 공천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태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갖고 “후원금 모금 관련해서는 단 하나의 오점이 없이 당당하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 너무 황당하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공무상 취득한 후원 정보가 아니고서야 알 수가 없는 후원자 신원 자료까지 다 알고, 명단까지 언론에 넘겼다는 것은 심각한 불법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음성 녹취 공개에 대해서도 “이진복 정무수석과는 최고위원 발언 방향이나 공천에 대해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보좌진 전체가 참석한 회의에서 최고위원으로서 활동 중심을 윤석열 정부 성공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을 회의 참석자 중 누군가가 녹음해 불순한 의도로 유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는 지난 1일 ‘이 정무수석이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관계 옹호 발언을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는 태 최고위원의 음성 녹취를 보도했다.

당내에서는 국내 정치나 정당 문화에 어두운 태 최고위원이 이 수석의 격려성 메시지를 과장되게 얘기하면서 발생한 해프닝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비윤계 사이에서는 “전당대회 지도부 선출에 사실상 개입했던 곳에서 공천에 개입 안 하겠느냐”며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등 화력을 집중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등을 미끼로 대통령실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하면 공직선거법 9조 위반”이라며 즉각적인 수사를 요구했고, 이재명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태영호 의원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 가나? 명백한 범죄 행위로 보이는데…”라며 검찰 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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