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빨리 끝내려 안전대책 없이 화물 옮기다 참변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영도 등굣길 참사

경찰, 사고 엿새 만에 경위 파악
지게차 부주의 어망실 비탈 굴러
화물 떨어져도 막는 버팀목 없어
사고 당시 하역 작업에 5명 참여
안전 조치 조사 추가 입건 가능성

지난 1일 부산 영도구 청학동의 한 스쿨존 사고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학생들이 글을 남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1일 부산 영도구 청학동의 한 스쿨존 사고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학생들이 글을 남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달 28일 부산 영도구에서 10세 여아의 목숨을 앗아간 등굣길 참사(부산일보 5월 1일 자 1면 등 보도)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참사 발생 엿새만에 구체적인 사고 경위가 파악됐다. 사고 당시 70대 업체 대표가 비탈길에서 무리하게 화물을 옮기려다 화물이 굴러떨어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판 여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3일 부산 영도경찰서에 따르면 어망 제조업체 대표인 70대 A 씨가 참사 당일 무리하게 화물을 옮기려한 정황이 처음 확인됐다. 지난달 28일 오전 2t 지게차로 하역 작업을 하던 A 씨는 무게 1.7t의 대형 원형 어망실을 도로에 내려놓았다. 지게차 포크(지게발)에 실린 화물이 균형을 잃고 떨어지려 하자 잠시 작업을 중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화물이 일자로 서게 되면서 지게차 포크로 화물을 옮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원통 형태의 화물을 지게차로 옮기기 위해서는 화물이 가로로 누워있는 형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A 씨는 화물을 다시 눕히기 위해 지게차 포크로 화물에 충격을 가했다.

지게차 포크로 화물을 눕히던 중 A 씨의 부주의로 화물이 지게차에서 벗어나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구르기 시작했다. 당시 사고가 난 도로는 경사도가 10~15도에 이르는 급경사지다. 결국 무거운 중량의 화물이 가파른 도로를 따라 굴러가면서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경찰은 이러한 참사 당일 정황을 업체 관계자 진술, 현장 CCTV 영상 등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파악했다.

이처럼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형에서 안전장치 없이 무거운 화물을 지게차로 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낙하지점에 버팀목을 설치하고 비탈길 아래에서 화물을 넘어뜨리면 화물이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화물 운송용 목재 팔레트 위에 화물을 고정한 뒤 이를 옮긴다면 화물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고 당시 컨테이너 차량이 불법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편도 1차로 도로를 점거하자 작업을 빨리 끝내려 했던 A 씨가 무리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경찰은 직접적 사고 정황 조사와 함께 당시 하역 작업에 참여한 인원을 파악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당시 하역 작업에 참여한 인원은 지게차를 몰던 업체 대표 A 씨와 컨테이너 차량 운전사를 포함해 모두 5명이다. 경찰은 이들이 하역 작업에서 맡고 있던 역할과 사고 관련 책임 소재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신호수 배치, 작업안전계획서 작성 등 안전 조치 준수 여부도 조사해 사고 발생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면 추가적인 입건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컨테이너 운전사의 경우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 주정차를 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입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현재는 A 씨만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돼 조사받고 있다. 김준현·탁경륜 기자 joon@busan.com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