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기는 국왕 될 것”… ‘최장수 왕세자’ 찰스 3세, 드디어 왕좌에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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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영국 국왕 대관식

런던 웨스터민스터 사원서 거행
‘성 에드워드의 왕관’ 머리에 써
한덕수 총리와 방위산업 대화도
악천후에도 행사장 주변 북새통
군주제 반대 시위자 체포되기도

지난 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대관식 때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찰스 3세의 머리에 왕관을 씌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대관식 때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찰스 3세의 머리에 왕관을 씌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찰스 3세가 왕세자로 책봉된 지 65년 만에 ‘최장수 왕세자’ 타이틀 종지부를 찍고 영국 국왕으로 왕관을 썼다. 영국 의 많은 국민이 새 국왕의 탄생을 축하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높아진 군주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영연방 결속 약화는 영국 왕실이 떠안은 새로운 도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6일(현지 시간) 영국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찰스 3세의 대관식이 이날 오전 런던에서 열렸다. 대관식은 찰스 3세가 커밀라 왕비와 함께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행사가 열리는 웨스트민스터사원으로 향하는 ‘왕의 행렬’을 시작으로 개막됐다.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한 이번 대관식은 ‘섬기는 소명’을 주제로 열렸다. 대관식의 순서는 △승인 △서약 △성유의식 △왕관 수여식 △즉위 순서 등으로 진행됐다.


대관식 이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버킹엄 궁전으로 돌아가는 찰스 3세의 마차 행렬. 로이터연합뉴스 대관식 이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버킹엄 궁전으로 돌아가는 찰스 3세의 마차 행렬. 로이터연합뉴스

찰스 3세는 서약식에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의 본보기로서 나는 섬김받지 않고 섬기겠다”고 선언했다. 웰비 대주교는 성유 의식 이후 ‘성 에드워드 왕관’을 찰스 3세의 머리 위에 얹었다. 성 에드워드의 왕관은 보석 444개가 박힌 무게 2.23kg의 영국 대관식 왕관이다.

이어 웰비 대주교가 “신이여 국왕을 보호하소서”라고 외치자 참석자들이 이를 제창했다. 이는 찰스 3세가 신과 국민들 앞에서 ‘이견이 없는’ 국왕임을 확인하는 동시에 공식적으로 ‘찰스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어 커밀라 왕비는 1911년 메리 왕비가 대관식 때 쓴 왕비관을 받았다. 대관식이 끝난 후 즉위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예포가 발사됐다.

이번 대관식은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이후 70년 만에 열린 것이다.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2세와 필립공의 장남으로 태어나 9세 때 왕세자로 등극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2세가 역대 최장 기간인 70년간 즉위하면서 찰스 3세도 최장수 왕세자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

왕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때보다 참석인원을 4분의 1수준으로 줄였다. 이날 찰스 3세의 대관식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신 참석한 질 바이든 여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203개국의 국가원수급 인사 100여 명이 자리했다. 한국 정부 대표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버킹엄 궁전 발코니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 UPI연합뉴스 버킹엄 궁전 발코니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 UPI연합뉴스

한 총리는 찰스 3세 국왕에게 “대관식이라는 즐거운 행사를 하게 된 것을 진심을 담아 축하드린다”면서 “한국과 영국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굉장히 가까운 나라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한 총리는 “그랬더니 찰스 국왕이 ‘한국 방위산업이 강하죠?’ 그러더라. 아마 (영국이) 무기체계를 바꾸는 데서 한국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전했다. 찰스 국왕은 윤석열 대통령에 안부를 전해달라는 당부도 했다고 한다.

대관식은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악천후에도 70년 만에 열리는 역사적 순간을 목격하기 위해 몰려든 국민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영국의 왕실 지지자들은 대관식을 앞두고 국왕을 가까이서 축하하기 위해 밤샘 야영을 강행했다. 국왕의 황금 마차를 보자 환호성을 지르는 국민도 있었다.

찰스 3세의 대관식이 모두의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이날 군주제 반대 시민단체인 ‘리퍼블릭’(공화국)의 대표가 체포되기도 했다. 익명의 리퍼블릭 회원은 “(경찰은) 왜 우리를 체포했는지, 체포된 회원들이 어디에 구금돼 있는지는 말해 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찰스 3세 국왕을 태운 마차가 지나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일부 시민이 군주제 반대 플래카드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하는데, 이 비용만 1억 파운드(17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대관식 후에 비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영국의 젊은 층으로 내려갈수록 왕실 지지율이 낮아지고 물가 급등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왕실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게다가 영국 군주제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공화국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영연방과의 결속력 강화도 찰스 3세가 떠안은 과제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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