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선통신사 유산, 문화·엑스포 교류로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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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우호 관계 상징적 민간 사업
양국 정부 전폭적 지원 쏟아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경제6단체장 면담을 마치고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경제6단체장 면담을 마치고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총리로는 12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한국 경제인들을 만나 “한·일 간 협력에 있어 기업이 먼저 나서서 협력해 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한국 재계도 기시다 총리에게 일본의 부품소재장비업체와의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색된 한·일 관계를 정상화 궤도로 올리는 첫 단계로 경제 협력 강화에 한목소리를 낸 건 고무적이다. 한국 반도체 제조업과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기업 간 협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자원 무기화 움직임 속에서 양국이 상생할 수 있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 복원에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는 경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끌어낼 수 있다. 한·일 정상과 기업인들은 경제와 함께 문화·관광·예술 및 미래세대 교류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이미 양국 재계를 중심으로 ‘한일·일한 미래파트너십 기금’의 조직과 자금이 조성되고 있고, 이를 통해 청소년 등 미래세대의 인적 교류가 활성화되면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에 디딤돌이 될 수 있다. 한·일 양국 정부와 재계가 국민적인 공감을 통한 우호적인 분위기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이런 문화적·인적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핵심적인 사례로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꼽을 수 있다. 조선통신사는 조선이 1601~1811년 일본에 파견한 대대적인 외교 사절로 한·일의 평화적 교류와 우호를 상징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양국 민간단체들은 지난 10여 년간 얼음장 같은 관계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 등재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의기투합해 최종 결실을 이뤄 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부산이, 게다가 민간이 나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대단하다. 부산·후쿠오카포럼과 조선통신사 축제 등을 통해 부산과 민간이 양국 관계의 밑거름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앞으로 2025오사카엑스포와 연계해 부산의 문화와 엑스포 유치 역량을 소개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협력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마침, 정상회담 직전에 2030월드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조선통신사 축제가 ‘평화로’라는 주제로 4년 만에 재개됐다. 부산과 시모노세키 연합 공연팀은 악천후에도 용두산공원 등지에서 손을 맞잡고 공연한 뒤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면 좋겠다”라고 염원했다고 한다. 조선통신사 축제가 민간과 부산의 사업이 아니라, 한·일 관계를 상징하는 시그니처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양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 양국이 조선통신사의 성신교린(誠信交隣·정성스럽고 참됨으로 이웃 나라와 평화롭게 지낸다) 정신을 유지 발전하고,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확산해 아픈 과거를 넘어 미래로 한 걸음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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