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경찰서 장평택지개발지구 이전 추진 ‘셈법’ 복잡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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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타운 입주 지연 대안 부상
치안 수요 급증 최적지로 판단
거제시·경남교육청은 손사래
옥포동·장평동 주민도 입장차

1986년 거제 옥포동에 지어진 거제경찰서는 좁고 노후해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부산일보DB 1986년 거제 옥포동에 지어진 거제경찰서는 좁고 노후해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부산일보DB

거제경찰서 이전 논쟁(부산일보 2020년 11월 11일 자 10면 등 보도)이 재연될 조짐이다. 옥포동 행정타운으로 입주하려던 거제경찰서가 최근 장평동 일대로 이전을 결정하면서 시민들과 거제시, 경남교육청 등 이해당사자 간 셈법이 복잡하게 됐다.

거제시 장평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이통장연합회, 발전협의회는 지난 4일 모임을 갖고 3개 단체 회장을 공동대표로 하는 ‘거제경찰서유치장평동대책위원회(가칭)’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앞으로 관계기관 50여 곳에 유치 건의서를 보내고 대표단을 꾸려 각 기관을 방문, 당위성을 적극 어필할 계획이다.

옥포동에 있는 현 거제경찰서는 1986년 지은 노후 청사다. 도내 23개 경찰서 중 가장 오래됐다. 공공청사 신축 기준인 내구연한 30년을 훌쩍 넘겨 비만 오면 빗물이 새고 지하에는 곰팡이가 핀다. 건립 당시 3급지, 280여 명에 불과했던 근무 인원이 2013년 1급지로 승격되면서 450명 이상으로 늘었다. 업무 공간이 부족해 옥상 등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임시 사무실로 쓰고 있다. 주차 공간도 협소해 민원인 불편도 상당하다.

2016년, 지금 자리에 새 청사를 짓는 재건축안과 다른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경찰은 거제시 요청을 수용해 행정타운에 입주하기로 했다. 그런데 늦어도 2019년이면 마무리된다던 행정타운 부지 조성 공사가 아직까지 가다 서기를 반복하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기약없는 기다림에 지친 경찰은 관내 30곳을 대상으로 인구, 범죄 발생 건수, 범죄 취약지 분석 등 자체 적합성 검토 끝에 장평동 127번지 일원 1만 2000㎡를 대체지로 낙점했다. 이 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의 택지개발지구다. 2008년 ‘학교시설용지’로 지정됐지만, 신설 수요가 없어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 중이다.

무엇보다 삼성중공업 배후도시로 지역 최대 도심으로 성장하면서 치안 수요가 급증한 고현동, 신현동, 상문동, 수양동 그리고 제2의 마린시티가 될 고현항 매립지와 인접해 경찰서 입지로 최적이란 자체 평가다. 국도 14호선 대체우회도로를 타면 현 청사가 있던 아주동 장승포 옥포동 상문동 일운면까지도 지척이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청사 이전에 필요한 경찰서 위치 변경 승인을 끝냈다. 신축비 227억 원과 부지 매입비 73억 5000만 원 등 사업비도 모두 확보했다.

하지만 거제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학교용지에 경찰 청사를 건립하려면 도시계획변경을 통해 용도를 바꿔야 한다. 결정권을 쥔 거제시는 경찰의 변경 요청을 보류한 채 계속 시간을 끌었다. 경찰과 소방을 중심으로 밑그림을 그린 행정타운에 경찰서가 빠지면 반쪽짜리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거제시는 최근 행정타운 공사 지연으로 경찰서 입주가 불가능해지자, 대체지로 옥포조각공원 5만 655㎡를 제안했다. 이곳은 옥포국가산단 내 여유 부지 중 일부다. 대우조선해양이 거제시에 지방세 대신 물납한 땅이다.

그러자 이번엔 경찰이 난색을 표했다. 장평택지지구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져 치안 수요에 적극 대처할 수 없는 데다 인근 조선소에서 발생하는 소음·분진으로 근무 환경이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절개지 옹벽 공사 등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 연한 암반층 지질로 인한 지반침하 우려도 크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인허가 절차와 예산 승인 기간을 고려할 때 조속한 이전도 어렵게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현 청사 소재지 주민 반발도 만만치 않다. 장평동 이전에 무게가 실리자 옥포동을 비롯한 장승포동, 능포동, 아주동 주민단체들은 이전반대대책위를 구성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심각한 상권 위축과 인구 유출이 불 보듯 뻔하다는 이유였다. 이 와중에 지난 3월, 경남교육청이 장평택지지구 내 고등학교 신설 계획서를 거제시에 제출, 귀추가 주목된다. 장평택지지구는 20년 일몰제에 따라 5월 말이면 학교시설용지에서 자동 해제된다.

장동동대책위는 “감소세인 인구나 급감하는 출산율, 취학 아동 수 등을 고려할 때 고교 신설은 불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관련 예산도 전혀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옥포조각공원은 앞서 대체 용지로 거론될 때 인접 주민들이 녹지조성을 요구하며 경찰서 건립을 반대해 무산된 곳”이라며 “예산까지 확보한 사업을 4년째 잡아두는 것은 국가기관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시민에겐 치안서비스 불이익을 초래하는 행위다. 괜한 발목잡기로 더는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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