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들 끝까지 껴안아”… 총기 희생 한인 가족에 애도 물결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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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 쇼핑몰 총기 참사

30대 부부·3세 아들 총격 사망
아이 옷 교환하려 들렀다 참변
생존 6세 아들 엄마 품에서 발견
후원 위한 모금 웹페이지 생성
주지사 “정신 건강 문제” 주장에
“총기 규제법 회피 꼼수” 비판도

8일(현지 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 앨런의 쇼핑몰 앞에서 8일(현지 시간) 한 여성과 아이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팻말에 글을 적고 있다(위). 앞서 지난 7일 텍사스 주민들이 총기 참사 현장에서 총기 규제 강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8일(현지 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 앨런의 쇼핑몰 앞에서 8일(현지 시간) 한 여성과 아이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팻말에 글을 적고 있다(위). 앞서 지난 7일 텍사스 주민들이 총기 참사 현장에서 총기 규제 강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쇼핑몰 총기 참사에서 희생된 한인 일가족(부산일보 9일 자 12면 보도)은 아이 옷을 바꾸기 위해 쇼핑몰에 갔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모범적인 미국 시민이었던 이들을 추모하는 움직임과 생존자를 위한 모금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8일(현지 시간) 미국의 모금·후원 사이트 ‘고펀드미’에는 한인 일가족 희생자들의 사진과 이름이 표기된 모금 공간이 생성됐다. 이들은 미국인 조규성(미국명 규·38) 씨와 아내 강신영(신디·36) 씨, 막내 아들 제임스(3)였다. 조 씨 부부의 첫째 아들 윌리엄(6)은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았다. 모금 페이지에는 ‘5월 6일 토요일에 신디, 규, 윌리엄 그리고 제임스 조는 텍사스 북부의 앨런 아울렛 몰을 방문했다. 윌리엄은 4일 전에 6번째 생일이었고, 제임스는 3세였다’며 윌리엄이 생일선물로 받은 옷을 다른 사이즈로 교환하기 위해 아울렛에 갔다고 설명돼 있다.

페이지 작성자는 또 ‘빛과 사랑, 축하로 가득했어야 할 오후였으나, 불행하게도 또 다른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으로 8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며 ‘신디, 규 그리고 3세인 제임스는 이 사건에서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가족은 큰 슬픔에 잠겨 있다. 중환자실에서 퇴원한 윌리엄은 이 끔찍한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다’고 덧붙였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조 씨 부부는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교포로, 한국어를 더 편하게 쓴 것으로 전해졌다. 조 씨는 변호사로, 강 씨는 치과의사로 현지에서 자리 잡아 좋은 평판을 받았다. 이들은 한인 교회를 다니며 봉사 활동 등 한인들을 돕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지인의 전언에 따르면 사건 당일 이 가족은 다른 지인의 생일 파티에 갔다가 모임이 끝난 뒤 앨런 쇼핑몰에 들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던 지인이 “(이 가족이)5분만 더 있게 잡았더라면”이라며 애통해 했다.

사고 현장에서는 엄마 강 씨로 추정되는 여성이 총알이 쏟아지는 순간까지 어린 자녀를 껴안고 보호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주민 스티븐 스페인하우어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숨진 한 여성의 몸을 돌렸을 때 (밑에서) 4∼5세 어린 남자아이를 꺼냈다”며 “아이는 누군가 피를 쏟아부은 것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투성이였다”고 했다. 그가 이 아이에게 상태를 묻자, 소년은 “엄마가 다쳤어요. 엄마가 다쳤어요”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최근 총기 규제를 느슨하게 풀어온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지난해 5월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19명의 어린이가 숨지는 참사가 벌어지는 등 총기 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그래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총기가 아닌 정신 문제라고 주장해 비난받고 있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 7일 이번 사태와 관련,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텍사스의 총기 안전 선택을 피하고 대신 정신 건강 기금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분노와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 원인에 대처하고 있다. 그것은 정신 건강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며 “장기적인 해결책은 정신 건강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고 말했다.

지역 매체 텍사스트리뷴은 텍사스와 전국의 공화당 지도자들이 대규모 총기 사건 이후 종종 정신질환에 집중한다고 꼬집었다. 텍사스트리뷴은 “그들의 이 같은 주장은 법안 제정과 관련된 다른 문제들을 회피하는 것이다”면서 “이는 또 정신 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정신 건강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했다. 텍사스트리뷴은 또 “총기 접근을 제한하는 노력은 이번 입법 회기에서도 좌절됐다”며 “유밸디 초등학교 희생자 가족들이 지지한 반자동 소총 구매 연령 상향 법안이 하원 위원회에서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다”고 비관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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