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사진작가로 부산 온 강승윤 ‘하늘지붕’ 아래 세상을 담다
아이돌 그룹 위너 강승윤 부산 첫 개인전
6월 27일까지 영도구 스타트플러스 부산
“부산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셨으면 해요”
사진작가 유연으로 부산에서 개인전을 갖는 가수 강승윤. 스타트아트 코리아 제공
“세상을 각지게 바라보지 않고 유연하게 보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어요.”
가수 강승윤이 사진작가가 되어 관람객을 만난다. 부산 출신인 강승윤은 2010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아이돌 그룹 위너의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강승윤이 사진작가 ‘유연’으로 변신해 10일부터 부산에서 개인전을 연다. 영도구 복합문화공간 피아크 스타트플러스 부산에서 열리는 전시 제목은 ‘하늘지붕 in 부산’이다.
“해외에서 활동할 때 발음하기 쉽게 ‘윤’이라는 이름을 써요. 윤을 길게 풀어서 유연(YOOYEON)이라고 했어요.” 강승윤은 어릴 때부터 사진을 찍고 찍히는 걸 좋아했다. “돌이켜보면 10대 때부터 카메라가 항상 있었어요. 미니홈피에 사진을 예쁘게 감성적으로 찍어서 올리기도 했고요.” 그는 카메라를 수집하는 그룹 멤버의 권유로 필름카메라를 사게 됐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찍고 찍히기 좋아해
‘유연’ 이름으로 사진작가 활동 중
상상력 자극하는 흑백사진 등 소개
전시 전 부산 찾아 직접 사진 촬영
전시장 음악, 직접 작사·작곡 선봬
“카메라를 다루기 위해 공부가 필요했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나도 작품 사진을 한번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2020년 기회가 왔다. “좋은 기회가 있어 아트페어에 참가하게 됐어요. 나만 좋아하고 팬들이 좋아해 주는 것을 넘어 진짜 작품 활동을 하게 됐구나 싶었죠.”
사진작가 유연의 사진에는 독특한 시선이 있다. “폭넓은 풍경보다는 한 프레임을 확대해서 보고, 잘라서 봤을 때 보이는 것을 좋아해요. 프레임 안에 어떤 이야기가 있거나 혼자 이야기를 상상해 내는 것이 좋아요. 그렇게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는 대상들이어야 셔터를 누르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사진작가 유연의 작품들. 오금아 기자
‘하늘지붕 in 부산’에 전시된 사진은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를 병행한 작업이다. “필름이 가지는 질감을 좋아해서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할 때도 최대한 필름 느낌이 나게 의도해서 찍어요.” 강승윤은 그래서 필름으로 찍은 것과 디지털로 찍은 것의 구분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전시 작품에 흑백사진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작가가 상상력을 자아내는 사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보면서 이날 날씨는 어땠을까, 하늘과 바다 색깔은 어땠을까, 그날 냄새는 어땠을까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 흑백사진의 묘미라고 생각해요. 관람객이 사진 속 풍경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하고, 흑백사진에 색채를 입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강승윤은 부산 개인전을 위해 특별히 부산에 와서 따로 사진을 찍었다. “가수로서 활동할 때도 그렇지만 첫 작품은 항상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고향이 부산이니 부산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어릴 때 작고 낮은 시점에서 바라본 부산과 지금의 시점에서 바라본 부산이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를 사진으로 보여준다.
유연 '동심'. 스타트아트 코리아 제공
“실제 살았던 동네의 장소가 나오기도 하고, 새롭게 알게 된 부산의 장소도 있어요. 특별히 동네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산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사진 속 장소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는 부산을 잘 모르는 이들은 여기가 어딜까 궁금해하고, 구글링하며 장소를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사진에서 범일동 굴다리가 보인다고 하자 강승윤은 “역시”라며 웃었다.
전시 제목 ‘하늘지붕’은 작가가 만든 단어이다. 강승윤은 촬영한 사진을 모아보니 유난히 지붕과 하늘이 한 프레임에 들어온 것이 많았다고 했다. “모퉁이가 하늘과 같이 있거나 처마가 하늘과 함께 걸려 있는 사진들. 어디를 가서 찍든 그런 사진이 남아 있고, 저는 그걸 즐겨 찾는 사진으로 등록해 놓았더군요.” 그는 사진을 찍을 때 무의식적으로 ‘올려다보는 행위’를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나에게 위를 향한 막연한 동경이 있나,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망이 있나, 그래서 내가 하늘을 올려다본 것은 아닐까? 하늘지붕 아래에서는 모두가 낮고 작은 존재인데…. 그렇게 자아를 성찰하며 ‘이게 가장 나다운 것이구나’ 생각해 전시 제목으로 정했어요.” 사진작가 유연의 지붕은 하늘이며, 그는 작품을 통해 하늘지붕 아래에서 유연하게 바라본 세상을 선보인다.
유연 '땀동네'. 스타트아트 코리아 제공
전시장에 ‘허망’과 ‘땀동네’ 두 장의 사진이 비스듬한 위치에 마주 걸려 있다. 여기에는 높은 건물과 옹기종기 모인 낮은 건물을 대비해서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겼다. “높은 건물도 하늘과 함께 보면 한없이 낮고 작은 건물에 불과해요. 가장 높게 올라가려 했기에 주위에 같은 높이의 건물도 없어요. 그런 모습이 오히려 외롭고 허망하게 보였어요.” 작가는 그런 건물의 모습을 통해 자기 속에 있을지 모를 욕심을 경계했다. “반면에 옹기종기 작은 집들이 서로 비슷한 위치에서 높고 낮음을 경쟁하면서 같이 있는 모습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강승윤은 감천문화마을을 찍은 ‘땀동네’라는 작품을 눈여겨봐 달라고 했다. “사전적으로 달동네로 표현되는데, 거기에 ‘빈민촌’의 의미가 들어 있죠. 그 마을에 사는 분들, 마을을 일궈온 분들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없는 것 같았어요.” 강승윤은 실제로 자신도 촬영을 위해 동네 골목골목을 돌며 땀을 많이 흘렸다고 했다. “여기 사는 분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땀을 흘리고 사셨을까 생각이 들어서 ‘땀동네’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털을 곤두세우고 이방인을 경계하는 고양이를 찍은 사진 ‘경계 근무’도 재미있다. “감천마을 한 골목에서 고양이가 제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봐서 찍힌 사진이에요. 경계하는 고양이를 보니 저 아이가 지키는 곳을 침범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그 길을 지나가지 않았죠.”
강승윤은 이번 전시를 위해 직접 노래를 작사·작곡했다. 전시명과 동명의 노래 ‘하늘지붕’이다.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경기도 화성 전곡항에서 배를 타고 찍은 갈매기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강승윤은 천천히 흘러가던 노래가 확 펼쳐지는 구간이 있는데, 그 부분을 들으며 작품을 보면 갈매기들이 자유롭게 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사진작가 유연의 작품들. 오금아 기자
가수 강승윤과 사진작가 유연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물어봤다. 우선 다른 점에 대한 답이 돌아왔다. “가수 강승윤은 관객들이 원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고 한다면, 사진작가로서는 무의식을 조금 더 드러내는,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제 속 깊은 무언가를 보여드리는 것이 사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음악이나 사진에서도 비슷한 색채를 가진 강승윤이라는 존재는 같다. “제 사진을 보고 팬이나 관객들이 따뜻함이 느껴진다, 사람 냄새가 난다는 말을 자주 하세요. 저를 색으로 표현한다면 친밀하면서 따뜻한 ‘살색’에 가깝지 않을까 싶네요.” 그는 관람객이 작품 제목과 작품 설명에 담긴 평범하지만 조금 다른 시선을 느끼기를 바랐다. “이런 시선으로 볼 수도 있겠구나, 세상을 조금 더 재미있고 따듯하게 바라보면 좋겠어요.”
사진작가 유연으로 부산에서 전시회를 갖는 가수 강승윤. 스타트아트 코리아 제공
강승윤은 고향에서 여는 첫 개인전에 많이 설렜다고 했다. “부산 사람으로 열심히 해서 부산에 돌아온 것 자체가 영광이고 행복한 일이죠. 작품에서 부산 시민에게 공감되는 장소가 보이면 전시가 훨씬 재미있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네요.”
“오래 떨어져 있다가 다시 오니 부산이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인지 알게 됐어요. 시민에게 너무 당연해진 골목, 거리, 동네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 될 수 있음을 아셨으면 해요. 항상 부산 사람으로 긍지를 갖고 활동해 왔어요. 앞으로의 행보도 따듯하게 바라봐 주시면 좋겠어요.”
한편 스타트플러스 부산은 옛 아트라운지 스크랩을 바꾼 전시장으로, 스타트아트 코리아가 운영한다. 서울 삼성동과 성수동에 이어 부산에 만들어진 전시 공간으로 이번 유연 개인전이 첫 전시이다. 유연 개인전 ‘하늘지붕 in 부산’은 6월 27일까지 이어지며, 관람권 가격은 1만 2000원이다. 전시 관련 정보는 스타트아트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