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 ‘도둑들’ 아시아 촬영 총괄한 영화인… 추첸온 “부산에 지사 설립 고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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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홍콩 옥토버픽쳐스 설립
할리우드 작품 ‘프로덕션 서비스’
“영화도시 부산, 잠재력 큰 도시”


8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상산업센터에서 만난 홍콩 옥토버픽쳐스 추첸온 대표. 정대현 기자 jhyun@ 8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상산업센터에서 만난 홍콩 옥토버픽쳐스 추첸온 대표.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은 할리우드 영화 촬영을 유치할 잠재력이 큽니다. 영화와 친숙한 도시고, LA나 서울과 다른 아름다움이 있죠. 인센티브 등 조건에 따라 ‘프로덕션 서비스’도 활발해질 겁니다.”

지난 8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상산업센터에서 만난 홍콩 옥토버픽쳐스 추첸온 대표가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달 26일 한국에 온 그는 부산영상위원회 ‘프로덕션 서비스 실무’ 강의를 위해 부산을 찾았다. 프로덕션 서비스는 영화·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 해외 촬영에 필요한 섭외, 인력 수급, 행정 허가 등을 대행하는 일을 말한다. 영화 ‘블랙 팬서’ 부산 촬영을 총괄한 미스터로맨스가 대표적인 국내 대행사다.

2000년 옥토버픽쳐스를 세운 추 대표는 홍콩, 마카오, 중국 등에서 ‘프로덕션 서비스’를 시작한 영화인이다. 다양한 할리우드 영화 아시아 로케이션을 유치했다. ‘배트맨: 다크나이트’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나우 유 씨 미 2’ 등에 참여해 아시아 촬영 현장을 총괄했다.

추 대표는 “처음 일을 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창문이 없었다”며 “바깥에서 좋아하던 영화 일을 하려고 홍콩에 하나뿐이던 프로덕션 회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 영화 ‘러시아워’ 홍콩 촬영 등을 맡았고, 그 경험을 살려 회사를 세웠다”며 “영화 ‘스파이 게임’ 촬영을 체계적인 일정과 시스템으로 진행한 이후 많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홍콩 옥토버픽쳐스 추첸온 대표. 정대현 기자 jhyun@ 홍콩 옥토버픽쳐스 추첸온 대표. 정대현 기자 jhyun@

한국 영화와도 인연이 깊다. 영화 ‘바람의 전설’을 시작으로 여러 작품을 맡았다. 특히 ‘도둑들’은 홍콩, 마카오 로케이션을 책임졌다. 그는 “당시 쉽지 않았던 마카오 카지노 실내 촬영을 대신 허가받았다”며 “촬영 장소에서 협찬을 받아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달화 등 배우 캐스팅에도 도움을 줬다”며 “프로젝트에 따라 여러 지원을 하는 게 우리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진행한 실무수업에서는 프로덕션 서비스에 중요한 요소 등을 강조했다. 추 대표는 “할리우드에서 쓰는 계약서, 예산 계획서뿐 아니라 법률 용어 등에 대해 설명했다”며 “정치적 안정성, 촬영 허가, 비자, 언어, 음식, 종교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할리우드도 제작비를 많이 쓰긴 어려운 상황이라 세금이나 로케이션 인센티브 등이 특히 중요하다”며 “비용에 따라 다른 나라로 갈 수 있기에 촬영에 좋은 인프라를 적절히 알릴 필요도 있다”고 했다.


홍콩 옥토버픽쳐스 추첸온 대표. 정대현 기자 jhyun@ 홍콩 옥토버픽쳐스 추첸온 대표. 정대현 기자 jhyun@

바다와 산이 있는 부산은 해외 작품 로케이션이 활발해질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 그는 “할리우드는 영화에 자주 등장한 도시를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며 “부산은 서울보다 특이한 풍경이 많고, 영화학교 등이 있어 인력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시아 국가에서 제작하는 대형 콘텐츠도 유치할 환경이 된다”며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이 엄청난 홍보 효과가 있는 만큼 다양한 인센티브 등을 제시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만 해도 대형 영화 스튜디오 ‘토호(TOHO)’가 프로덕션 서비스 부문을 출범하면서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빈말은 아닌 듯했다. 추 대표는 옥토버픽쳐스 부산 지사 설립을 고려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K콘텐츠가 유명해지면서 한국이 더 주목받고 있다”며 “서울은 가보지 않아도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린 부산은 와본 영화인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부산에 온 건 강의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며 “가능성이 있는 도시라 지사 설립 여부 등을 조만간 결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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