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여 세대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대형 송전탑 '우뚝'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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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준공 후 27년간 공존
주차장 등에 주민 발길 빈번
송전선 지중화 등 주장도

34만 5000볼트 송전선이 아파트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강대한 기자 34만 5000볼트 송전선이 아파트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강대한 기자

경남 창원의 한 아파트 대단지 한복판에 대형 송전탑이 설치돼 수십년째 고압 전선이 주민들 머리 위를 지나고 있다.


11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한 아파트 정문 위로 34만 5000V의 송전선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1214세대가 거주하는 대단지 아파트 한복판에 송전탑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송전탑 바로 아래 노상 주차장이 있는 데다 10여 m 떨어진 곳에 잔디광장과 운동시설 등이 마련돼 주민들 발길이 빈번하다.

아파트에 따로 뒷문이 없어 차량은 물론 등·하교 학생들도 정문을 이용한다. 사실상 모든 주민의 생활권이 고압 전류가 흐르는 송전선 아래인 셈이다.

1980년 2월 세워진 송전탑이 아파트와 공존하게 된 것은 1996년 12월 31일 준공·사용승인으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다. 송전탑을 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모두 군인·군무원 가족이다. 근교의 육군종합정비창에서 근무하는 군인·군무원들이 임대 형식으로 거주하는 ‘군부대 아파트’인 탓에 이 같은 기이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국립전파연구원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미약해 인체에 영향이 없다고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노출된다면 인체에 해로울 수 있고 미래의 잠재적인 위해 요인에 대해 사전 주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시민들 상당수가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 송전탑이나 변전소 설치를 꺼리는 이유기도 하다. 10여 년 전 지역구 도·시의원이 송전선 지중화·송전탑 이전 등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아파트 주민 조수환(35·가명) 씨는 “비 오는 날 송전탑에서 ‘빠지직 빠지직’ 소리가 날 때도 있다”면서 “집에 어린애가 있어 송전탑 주변은 자연스럽게 피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한국전기설비규정상 34만 5000V 송전선로의 주변에 건물 등 시설물을 건설할 때 7.65m 최소이격거리를 둬야 하고, 우리나라 전자파 인체 보호 기준은 83.3 (마이크로테슬라)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전자파 측정 수치는 철탑 바로 밑 0.75 , 전선 높이와 수평 위치는 0.55 로 측정돼 기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전력 경남본부는 “최소이격거리 기준과 전자파 수치도 준수하고 있어 별 영향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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