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로비 있었다"…‘농협중앙회장 연임법’ 파장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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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법' 논란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법안 전체회의 통과
윤준병 "농협 측…로비자금 전달" '입법로비' 재조명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왼쪽부터),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왼쪽부터),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현직 이성희 회장의 '연임 족쇄'를 푸는 농협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부산일보 5월 12일 자 6면 보도)하자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 측의 ‘입법 로비’ 의혹을 재조명하고 나서면서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12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 등이 발의한 농협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통과시켰다. 현직 농협중앙회장에게 개정 연임제를 소급 적용해 1회에 한해 연임을 가능하게 한 것이 골자다. 이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현행 농협법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 임기는 4년이며 중임할 수 없다. 과거 연임한 농협중앙회장 4명 중 3명이 배임과 횡령, 뇌물 등의 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아 2009년 정부 주도로 농협중앙회장 단임제가 시행됐다. 이 법안이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14년 만에 연임제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져 ‘특혜법’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멀쩡한 연임제가 단임제로 바뀐 것은 바로 농협중앙회장들을 둘러싼 부정부패와 비리 문제 때문이었다. 입법을 강행해야 할 뚜렷한 명분도 없는 상황에서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정치권이 로비를 받아서 그랬다고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농협중앙회장의 셀프연임을 위한 로비 흔적이 곳곳에 있다는 투서가 직접 내게도 전달된 바 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농협중앙회의 로비 시도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입법 로비 제보 투서에는 농협중앙회 측이 부정청탁법을 위반하고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로비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담겨있다. 지난 농해수위 법안소위 회의에서도 이 내용이 공개됐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윤 의원은 소위 법안 통과에 반발하면서 “입법 로비를 위해서 (농협)중앙회 기획실을 통해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국회의원 등에게 농협 지역본부장을 시켜 로비 자금을 전달하고 있다”며 “로비 대상 의원 명단은 중앙회 기획실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인 바 있다.

윤 의원은 이같은 의혹을 바탕으로 “현 회장이 재임기간 ‘셀프 연임’을 위해 정치권에 로비를 해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유포된 상황에서 해당 법안의 입법이 현실화할 경우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른바 ‘농협중앙회장 연임법’ 통과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선 안병길 의원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안 의원은 전날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현직 회장의 연임제 적용은 특혜 소지가 매우 크고, 이때까지 연임 허용했던 현직은 모두 중임해 이는 명백한 특혜다”라며 “제왕적 권력을 줄이기 위한 단임제를 현직 적용 연임제로 바꾸는 것은 농협 민주화의 역사를 퇴행시키는 것”이라고 법안의 문제점을 짚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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