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부산시 국가폭력 외면”… 광안대교에 선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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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광안대교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 씨가 고공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소방본부 제공 부산 해운대구 광안대교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 씨가 고공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소방본부 제공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과거 국가폭력 사건들을 외면하는 정부와 부산시를 규탄하며 광안대교에서 고공 농성을 벌였다. 국가폭력 사건의 책임자인 정부와 부산시가 달래주기식 대책만 내놓은 채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농성 이유이다.

14일 경찰,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20분께 해운대구 광안대교 상판과 하판 사이 난간에 형제복지원 피해자인 최승우 씨가 올라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과 경찰은 최 씨가 뛰어내리지 않도록 적극 설득했다.

최 씨는 이날 <부산일보>와 통화에서 정부와 시가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씨는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을 언급했다. 일본에게 희생 당한 국내 피해자들이 존재하는데, 정부가 피해자 목소리를 배제하는 것 같다는 게 최 씨 설명이다. 국가폭력으로 발생한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이 외면받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최 씨는 “국가 보·배상안 조항을 삭제한 과거사법(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도 피해 당사자를 외면한다는 증거다”며 국가폭력의 피해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시가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가 내놓은 사실상 유일한 대책은 1인당 최대 500만 원 의료비 지원이지만, 의료 가능 지역이 부산의료원으로 한정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최 씨를 설득하기 위해 고공 농성 현장을 찾은 형제복지원 피해자생존모임 한종선 대표는 “진상 규명 결과가 발표되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에서는 500만 원 의료비 지원이 전부”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정부나 시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2020년 형제복지원 관련 국회 천막농성으로 과거사법을 통과시킨 주역이다. 그는 중학교 1학년이던 1982년 하굣길에 파출소에 붙잡혀 형제복지원으로 이송됐으며, 3년 뒤 동생 재우 씨도 오락실에 있다가 끌려왔다. 이후 1년여 뒤 아들들을 찾던 부친이 형제복지원을 방문하면서 두 사람은 풀려났으나, 동생은 2009년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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