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 백스테이지] 무용단·시향 협업 호평에도 예술성·대중성 평가 엇갈린 ‘춤추는 세헤라자데’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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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무용단 창단 50주년 기념
‘1002 Nights_천 두 번째의 밤’ 공연
“재밌고 유쾌했다” 일반 관객들 반응
“완성도 높여야” 전문가 지적도 나와

부산시립단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 ‘1002 Nights_천 두 번째의 밤-춤추는 세헤라자데’ 공연 중 한 장면. 이정윤 예술감독(왼쪽)과 최수열 지휘자.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부산시립단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 ‘1002 Nights_천 두 번째의 밤-춤추는 세헤라자데’ 공연 중 한 장면. 이정윤 예술감독(왼쪽)과 최수열 지휘자.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예술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춤뿐 아니라 공연계의 중차대한 목표이다. 그런데 대중성은 갖추었으나 작품성은 떨어진다는 표현을 접하고 보면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다시금 체감한다.

지난 12~13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부산시립무용단 제87회 정기 공연이자 창단 50주년 기념 작품 ‘1002 Nights_천 두 번째의 밤-춤추는 세헤라자데’를 보고 난 뒤 다소 상반된 반응이 쏟아졌다.

일단 현장에서 만난 관객들과 SNS를 통해 나타난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예를 들면 “한국무용을 베이스로 하는 창작 안무에 러시아의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를 연주한 오케스트라의 조합이 꽤 색달랐다” “김연아 선수의 프리 프로그램으로 더 잘 알려진 ‘세헤라자데’의 익숙한 선율과 무용수들 몸짓이 재미있었다. 한 편의 서정적인 현대 발레를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술 장르는 이래야지 하고 엄숙하게 선 그은 경계를 해체하는 짜릿함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유쾌하고 재미난 이런 공연은 대환영!” “재미난 콜라보 앞으로도 더 이어지면 좋겠다” 등이다.

13일 공연이 끝나고 대기실에서 만난 부산시향 최수열 예술감독도 “이정윤 예술감독을 비롯한 시립무용단과의 협업이 너무나 재밌었고, 유쾌했다”고 밝혔다. 임홍균 악장 역시 “세헤라자데 연주는 개인적으로 여섯 번째였는데 무용이랑 한 것은 처음이었다”면서 “악장한테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곡인데 다들 좋아해 주셔서 즐거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실제 임 악장이 연주한 세헤라자데의 바이올린 주선율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반면 지역 무용인들의 평가는 상반됐다. 심지어 어떤 무용인은 초대장은 고사하고 공연 안내조차 보내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이틀 동안 공연장을 찾은 부산 무용가는 10여 명에 불과했다. 명색이 시립무용단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이었는데 말이다.

이 중 A 중견 무용가는 “음악적 호감에도 불구하고 춤 언어는 안이한 편이었으며, 연출자의 상상력을 용기 있게 노출하면서 융복합 공연의 입지는 견고히 했지만 작품 안으로 더 스며들어 완성도를 높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B 원로 무용가는 “부산시향과 무용단이 함께 작업을 시도한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무대 구성이나 조명, 의상 등 전반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쳤다”고 전했다. C 문화기획자는 “한국무용과 클래식의 협연, 젊은 단원의 파격적인 주역 기용, 두 예술가(이정윤·최수열) ‘팬덤’ 영향 등으로 시립예술단 관객 저변이 확대된 점은 칭찬할 만하지만, 이번 작품은 무용 자체가 전달하는 정서적 공감과 감동은 부족했다”고 아쉬워했다. D 춤비평가는 “이것은 엄연히 시립무용단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인데 그 취지나 의미는 전혀 살리지 못했고 서사 따라가기에 바빴다”고 유감을 표했다.

일반 대중은 재미있고 유쾌했다는데 무용 관계자의 반응은 확실히 뜨뜻미지근했다. 초대권 일색으로 객석을 채우는 공연이 아니라, 일반 관객을 춤 공연장으로 불러 모은 건 확실히 큰 변화이다. 다만, ‘시립’무용단으로서 가지는 정체성과 방향성은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대중성과 예술성, 혹은 작품성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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