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봐야한다”는 한국, “다는 어렵다”는 일본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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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현장 시찰단 파견
‘나흘 간 일본 방문’에만 합의 도달
안전 시설 등 공개 범위 두고 이견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현장 시찰 한일 실무협의에서 일본측 카이후 아츠시 군축불확산과장(왼쪽)이 회담장에 입장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현장 시찰 한일 실무협의에서 일본측 카이후 아츠시 군축불확산과장(왼쪽)이 회담장에 입장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양국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현장에 대한 한국 전문가 시찰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한·일은 지난 12일 오후 후쿠시마 현장 시찰단 파견의 구체적 사항에 대해 12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가졌으나 ‘나흘 간의 일본 방문’이라는 일정에만 의견을 함께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전문가 시찰단의 방일은 이달 23∼24일을 포함한 3박 4일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시찰 프로그램의 세부 사항은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아 추가 협의를 조속히 갖기로 했다. 한국 측은 협의 과정에서 과학적 쟁점을 다루는 관계부처가 두루 참여한 만큼 시찰단이 보려고 하는 시설과 그 이유에 대해 기술적인 부분까지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방사능 핵종 분석 역량과 오염수 정화 시설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및 방류시설 운영 상황 등을 직접 파악해 해양 방류 과정 전반의 안전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일본은 오염수를 ALPS로 정화해 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보관 중이며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1km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해저에서 방류한다는 계획으로, 한국 측은 방류에 이르기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확인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쿄전력이 홍보하는 오염수 안전성 관련 자료에 담긴 시설과 정보를 모두 보여 달라는 게 한국 측 요구였다.

일본 측은 “허용 가능한 부분은 노력해 보겠다”면서도 “실무회의 자리에서 공개 여부를 바로 결정하기 어려운 시설도 있다”는 미온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일본 측은 일부 방류 시설이 아직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의 최종 승인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타국 관계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본 측은 한국 정부가 시찰을 요청한 ALPS는 현재 가동하지 않고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일본은 한국에서 오염수 시찰단 ‘맥시멈 활동 리스트’를 받아 갔으며, 금명간 내부 회의를 거쳐 공개 가능한 시설과 정보 범위를 한국 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일본이 ‘한국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했다’는 자국 내 비판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자국 규제기관 미승인 시설을 공개하는 것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정부는 시찰단 파견이 형식적인 이벤트에 그쳤다는 역풍을 피하기 위해 막판까지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전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한·일 양국의 실무협의 경과에 대해 “일본이 현재까지 대단히 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3박 4일 일정에 대해서 어떻게 조를 나눠 무슨 주제로 (현장을) 둘러볼지 개략적 합의가 이뤄졌으나, 조금 더 협의해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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