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바닷가, 부산인가요?” “네, 현실 바탕으로 상상력 더했죠”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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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함께 하는 행복 글쓰기 교실

학장초 5학년 1반, 만남 ‘고대’
작가의 다른 책도 챙겨 읽는 열정
안미란 작가 만나자마자 질문 세례
전문가 “다독 보단 숙독” 강조
지역 도서관 행사도 참여할 만

자신이 읽은 책의 작가를 직접 만나 제대로 질문하기 위해 몇 번이고 책 내용을 숙독하는 과정에서 문해력은 자연스럽게 발달한다. 학장초 학생들이 <내가 바로 슈퍼스타>의 저자 안미란 작가의 책 소개를 듣는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자신이 읽은 책의 작가를 직접 만나 제대로 질문하기 위해 몇 번이고 책 내용을 숙독하는 과정에서 문해력은 자연스럽게 발달한다. 학장초 학생들이 <내가 바로 슈퍼스타>의 저자 안미란 작가의 책 소개를 듣는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3일 부산 사상구 학장초 5학년 1반 교실. 학생들이 모두 같은 한 권의 책을 꺼내놓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교실 앞을 바라봤다. 〈내가 바로 슈퍼스타〉의 저자 안미란 작가가 서 있었다.

학급 전체가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해당 책을 쓴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수업 시간이다. 책은 부산을 배경으로 한 바닷가 마을 학교의 아이들 이야기를 담았다.

학생들은 안 작가를 만나는 날을 학수고대해왔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이 많았던 데다가 작가에게 직접 질문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안 작가를 둘러싼 학생들이 읽은 책과 관련된 궁금증을 질문하는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안 작가를 둘러싼 학생들이 읽은 책과 관련된 궁금증을 질문하는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작가 만남으로 독서와 친해지기

“내가 이 책을 쓴 작가입니다. 반가워요”

안 작가가 자신을 소개하자 학생들 사이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진다. 수업 전 학생들의 질문을 모은 질문지가 교단 앞에 잔뜩 붙었다.

“왜 책에는 남학생만 등장하나요?”같은 질문부터 “작가님의 이전 작품에 나오는 수요일의 소녀와 책 표지는 연관이 있나요?”까지 포스트잇을 읽어가며 질문에 답하던 안 작가는 자연스레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설명한다.

“우연한 기회에 기장 바닷가를 알게 되고 어촌 마을 학교를 가 보게 됐어요. 그 학교에는 남학생밖에 없었고…”

“선생님 그럼 책에 나오는 이 바닷가가 부산 그 바닷가인가요?”

“네, 소설은 현실을 취재하고 현실을 바탕으로 저의 상상력을 가미해서 창작을 하게 돼요”

학생들의 손이 바빠진다. 지난 일주일간 책을 읽은 아이들은 작가의 말에 바로 책 안 사진을 찾는다.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을 주제로 한 책인 만큼 수업은 자연스레 학생들의 장래 희망을 표현하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동화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학생이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방송 대본 형태의 글을 쓰는 것이 일종의 독후감이 된다.

“민우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책 속 주인공 명곤이가 강민우(10) 군에게 질문하자 “여러 장애물을 뛰어 넘는 파쿠르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 군은 답한다.

작가가 부산 지역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고 글쓰기를 함께하는 ‘작가와 함께하는 행복 글쓰기 교실’의 모습이다. 2020년부터 부산시교육청이 부산 아동문학 작가 50명과 함께 시작한 ‘작가와의 대화’ 시간은 학교에서 인기를 끌며 작가와 함께 글을 쓰는 교실로 발전했다.

올해 초등학교 4~6학년 100개 학급이 문학 작가와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기존에 명사 초청 식으로 이뤄지던 작가 초청 강연이 아닌 학생들이 책을 읽고 실제 작가와 소통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독서 집중력이 크게 향상된다.

학생들은 작가와 만나기 전 미리 책을 읽고 질문지를 정리한다.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 책 내용 파악은 물론이고 작가의 다른 책까지 읽는 학생도 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이승아 담임 교사는 “작가를 만나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흔치 않는 경험이기에 매일 아침 시간에 아이들의 독서 집중도가 매우 높았다”며 “학생들의 질문 속에서 ‘아이들이 책을 꼼꼼히 읽었구나’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책 속 인물과 가상 인터뷰 글을 쓰며 숙독의 중요성을 배우는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책 속 인물과 가상 인터뷰 글을 쓰며 숙독의 중요성을 배우는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숙독을 통한 문해력 향상

독서 교육은 모든 학부모의 어려운 숙제 중 하나다. 아이의 취향을 고려해 책을 고르고 도서관에서 책도 빌려보지만 아이가 정작 책 한 권을 완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과거 전문가들은 다독을 강조했지만 최근에는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는’ 숙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시교육청이 진행하는 글쓰기 교실도 책 한 권을 통해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고 작가와의 대화를 매개로 책을 여러 번, 꼼꼼히 읽게 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직접 등장인물이 돼 자신의 장래 희망을 적어보는 것도 단순히 ‘감명 깊었다’, ‘재미있었다’같은 독후감 이상으로 책을 곱씹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주요 사건을 파악하면서 읽고, 다 읽은 후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 다시 돌아가서 읽는 식의 곱씹음을 통해 책과 다가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이 되어 이야기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인공의 행동은 올바른 것인지, 아쉬운 점은 없는지,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하면서 읽으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추리하고 비판하는 능력까지도 따라오게 된다.

학급 단위에서 작가와의 수업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지역 도서관의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지역 도서관들은 학생들의 독서 흥미 유발을 위해 다양한 작가와의 교류 행사를 진행한다. 단, 작가와의 만남 전 해당 작가의 책을 숙독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안 작가는 “아이가 좋아하는 책 한 권을 제대로 읽는 것만으로 문해력, 상상력 등 독서를 통한 교육 효과는 충분히 누릴 수 있고 책을 활용해 글쓰기, 토론 등으로 다양하게 교육의 범위를 넓힐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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