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산타워 비슷하게 생깄네” 고향 말 쓰면 본 모습 드러나죠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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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촌놈 in 시드니’제작 유호진·윤인회 PD

허성태·이시언·안보현·곽튜브
부산 행님·동생 ‘워홀’ 체험기
유호진 부산, 윤인회 창원 출신

“언어가 사람의 생각·행동 지배”
출연진,고향에 높은 자부심 가져
“부산촌놈 여러 시즌 해보고 싶어”

‘부산촌놈 in 시드니’ 출연자들은 첫 회동 때 ‘고향 말’을 쓰기로 합의했다. CJ ENM 제공 ‘부산촌놈 in 시드니’ 출연자들은 첫 회동 때 ‘고향 말’을 쓰기로 합의했다. CJ ENM 제공

‘이 프로그램에는 표준어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tvN 예능 프로그램 ‘부산촌놈 in 시드니’ 1화 초반부엔 이런 자막이 등장한다. 그도 그럴 게 부산 사나이 넷이 첫 회동에서 편하게 ‘고향 말’을 쓰기로 합의한 덕분이다.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 배우 허성태와 이시언, 안보현, 유튜버 곽튜브는 방송에서 꾸며진 모습을 모두 내려놓고 친근한 ‘동네 행님’과 ‘동생’으로 변신했다. ‘고향’이라는 정겨운 공통분모를 가진 이들은 ‘호형호제’하며 끈끈한 우정을 보여준다.

눈에 띄는 건 프로그램을 연출한 두 명의 PD도 부산·울산·경남 출신인 점이다. 부산 남구 대연고를 졸업한 유호진 PD는 고향에 애정이 가득한 ‘부산 사람’. 윤인회 PD도 창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왔다. 유호진 PD와 윤인회 PD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만났다.

이 방송은 시작부터 진한 ‘부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부산 사나이 넷이 처음 모인 곳은 서울 모처에 있는 ‘부산횟집’. 이들의 입에서 ‘부산 사투리’가 흘러나오자 순식간에 어색한 기류는 사라지고, 오랜 친구를 만난듯한 정겨운 분위기만 가득하다.


윤인회 PD 윤인회 PD

유 PD와 윤 PD가 출연진의 유쾌한 분위기를 맛깔나게 잘 살렸다. 고향의 정서를 잘 알고, 출연진과 편안한 관계를 유지한 덕분이다. 유 PD는 “망미동에서 고등학교 때까지 살았다”며 “부산 사람인 제게 부산은 촌이 아니다. ‘서울촌놈’ 때처럼 역설적으로 ‘부산촌놈’이란 제목을 달았다”고 했다. 그는 “출신과 언어가 이들을 빨리 가깝게 해줄 거라 믿었다”며 “다들 ‘행님, 동생’ 하면서 한데 어우러져 동네 형, 동생처럼 지냈다”고 설명했다. “언어가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을 지배하잖아요. 어릴 때 쓰던 사투리를 다시 사용하면 잊고 지낸 예전 그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요. 좀 더 장난스럽고 솔직한 본연의 모습들 말이에요.”

호주 땅을 밟은 부산 사나이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나무가 울창한 도시의 모습을 보고 “나무 보이소! 나무”라고 들뜬 모습을 보여주고, 시드니 타워 아이를 보곤 “용두산타워하고 비슷하게 생깄네”라고 한다. 윤 PD는 “보통 한국 사람들은 남산타워를 떠올릴 텐데 용두산 타워란 단어가 먼저 나오더라”며 “호주에 있는 다리를 보곤 영도다리를 떠올리는 모습을 보니 정겨웠다”고 말했다. 그는 “출연진이 고향에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더라”면서 “부산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고 즐거워해서 유쾌한 분위기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호진 PD 유호진 PD

현지에 적응해가는 출연진의 모습을 보는 건 프로그램의 백미다. 새롭게 도전하고, 노력하는 네 사람의 모습은 청춘뿐 아니라 여러 연령대의 시청자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농장과 청소업체, 카페에서 낯선 일을 하며 힘들 법도 한데 ‘시작하는 사람’의 자세로 최선을 다한다. 윤 PD는 “워킹 홀리데이를 가면 사람 사는 모습을 좀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유 PD도 “워킹 홀리데이를 소재로 한 앞선 방송을 찾아봤는데 없더라”면서 “시청자들이 많은 걸 느끼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쉽지만은 않았어요. 하다 보니 왜 다른 분들이 안 했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일터를 구하는 것부터 그곳에 우리 출연진과 스태프를 보내 촬영하는 것까지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유 PD는 KBS2 ‘해피 선데이’와 ‘1박 2일 시즌3’, tvN ‘서울촌놈’ ‘어쩌다 사장’ 등을 연출한 스타 PD다. 그는 고향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제게 고향은 멋있고 자랑스러운 곳”이라며 “예전에 좋아했던 것들이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부산을 좋아한다”고 했다. 유 PD는 “어릴 때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자란 덕분에 이미지와 이야기를 중시하는 사람이 됐다”며 “부산 사람들이 겉보기엔 무뚝뚝해도 정도 많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프로그램이 잘 되면 여러 시즌을 해보고 싶어요. 많은 문화와 언어를 쓰는 국가에서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부산촌놈 13’정도 되면 허성태 씨가 이력서를 책상에 쫙 펼쳐놓고 경력직으로 일을 골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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