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지역의사제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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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에도 의대는 인기였지만 담임 선생님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의사가 왕진 가방을 들고 “주사 놓아요, 주사!”라고 외치며 돌아다니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틀렸다. 산청군의료원의 경우 연봉을 3억 6000만 원이나 내걸어도 의사 지원자가 없어 1년이나 비워 둘 수밖에 없었다. 전국 259개 보건소 가운데 의사 소장이 있는 곳이 109개(42%)로 절반이 안 된다고 한다. 한국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적은 수준이다. 게다가 한의사를 제외하면 2.0명으로 떨어진다니 우려할 수준이다.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의대 정원이 줄어든 지 17년 만이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이 될지도 의문이다. 의료 인력의 수도권 집중화로 지방 중소도시의 의료공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서다. 수급 불균형은 의사 공급 부족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사안이기도 하다. 의대 정원이 늘면 입시에서 ‘의대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의사를 늘려도 필수의료 분야와 지방으로 가지 않으면 의료체계가 더 왜곡될 수 있다. 실제로 수도권 의대에 재도전하려는 지역 의대 ‘반수생’도 많이 늘었다.

현실적인 대안이 지역의사제다. 의대 신입생 선발 때 비수도권 등 의료 취약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일하는 지역의사를 별도로 뽑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지역의사가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을 경우에는 면허를 박탈당한다. 일본은 이미 2006년부터 지역정원제도를 도입해 사회경제적 배경, 인성 등을 고려해 균형 있게 의사를 선발하고 있다. 대학 교육비용 및 수련비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해 주는 방식이다.

아플 때 돌봐 줄 의사마저 없다면 지방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해 “단순한 의대 정원 확대는 지역의사의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고, 오히려 도시 내에서 의사들의 혼잡이 가속화되고 비용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별도 정원으로 지역 근무를 의무화하는 지역의사제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람의 생각이 바뀔 수 있으니 제도 도입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속적으로 지역의료의 의미와 매력을 알리는 교육을 실시하고, 롤모델의 제시도 있어야 할 것이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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