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세계 3위 부산항 위상 회복”… 한국형 스마트·자동화 항만으로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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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신항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되면
항만·물류 운용 최적화 방안 실시간 구현
배후단지 전략산업 유치 부가가치 창출
부산엑스포·지역경제 견인 지원 노력

부산 영도구에서 바라본 부산항 북항 제1부두와 재개발지역 전경. 부산시 제공 부산 영도구에서 바라본 부산항 북항 제1부두와 재개발지역 전경. 부산시 제공

국내 최대 국적선사 HMM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미국에서 출발해 부산신항에 입항하자 대기하던 항운노조원들이 크레인으로 하역 작업을 벌였다. 이후 일부 컨테이너는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대기하고, 나머지는 북컨테이너 배후부지로 이동해 물류창고에 보관됐다. 이 과정에서 운송업, 장비업, 선박수리업, 컨테이너수리업, 선용품공급업, 선박연료공급업 등 다양한 연관산업들이 긴밀하게 맞물린다.

이는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기준 7위 항만인 부산항의 일상적 풍경이다.

부산항은 1876년 근대 개항 이후 일제강점기, 6·25전쟁을 지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입 무역 전진기지로서 국가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지금은 세계 2위 환적항으로서 동북아 중심에서 글로벌 물류 허브·스마트 항만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세계 3위까지 올랐던 부산항의 위상을 회복하고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는 ‘신항만건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40년까지 부산항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반영한 ‘한국형 스마트·자동화 항만’으로 개발하고 있다.



■부산항 스마트화 ‘잰걸음’

부산항은 세계 주요 간선 항로상에 있는 지리적 장점에다 150개국 600여 개 항만과 글로벌 물류 운송망을 형성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안전사고, 물류 주체 간 정보 연계 부족으로 인한 운영 비효율화 등 여러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해양수산부와 부산시는 부산항을 스마트 항만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2021년부터 부산신항 1부두를 대상으로 ‘항만 디지털 플랫폼 개발 실증사업’을 수행했다. 이어 올해는 부산항 전체를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가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지난해 12월 실증사업을 완료했고, 2024년 정보전략계획(ISP)을 수립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기존에 부산항 입출항·접안 등 상황을 평면적으로 파악하던 것에서 벗어나 가상현실(VR)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선박의 출항지부터 부산항까지 선박, 항만, 물류 운용의 최적화 방안을 실시간으로 구현해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즉, 해상 선박항로 최적화와 안전성 지원을 위한 기술 개발, 실시간 항만 운영 모니터링 시스템, 가상 터미널 기반 시뮬레이터 개발, 컨테이너 화물차량 운행 최적화 및 스케줄링 연계 시스템 개발 등 선박-항만-배후 물류 간 날씨·지형 정보·항해 기록·항만 운영·화물 정보를 공유하는 공통데이터 연계 시스템 통합 플랫폼이 완성되는 것이다.

부산항에 디지털 통합 플랫폼이 구축되면 경제적 편익은 연간 약 2240억 원 증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부적으로는 항만 생산성이 16.6% 증가하고, 연간 선박 연료비는 570억 원 감소하고, 선박 수명은 10% 증가한다는 예상이다. 지역 IT업체 기술력 향상, 선박기자재 등 연관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도 지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해 1월 부산항 제5부두를 방문한 모습. 부산시 제공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해 1월 부산항 제5부두를 방문한 모습. 부산시 제공

■부가 가치 높일 전략산업 발굴 추진

부산시는 부산항의 부가 가치가 선박에서 화물을 실어나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와 산업 기능 전환을 꾀하고 있다.

특히 2021년 자유무역지역에 농림축산물 제조·가공 기업 입주가 가능하도록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지난해 기존 물류기업의 제조업 겸업 허용, 2종 배후단지 지식산업센터 입주 허용 등 내용이 담긴 ‘항만배후단지 규제혁신 방안’이 발표됐다.

이에 부산시는 올해 12월 준공되는 ‘부산신항 남컨테이너 배후단지’를 대상으로 부산항 항만배후단지 투자유치 마케팅 용역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의 특성에 맞는 전략산업 발굴을 위해 수출입 물동량과 일자리 창출에 경쟁력을 갖춘 기업 유치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용역으로, 2022년부터 3개년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부산신항 내 북 ‘컨’ 배후단지와 웅동 배후단지에는 물류업 65개사와 제조업 4개사가 입주해 있고 2609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부산에 경제·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고부가 가치 제조·가공 분야 기업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항만배후단지는 항만과 인접해 운송비·물류비를 절감하고 자유무역지역 지정으로 저렴한 임대료와 각종 세제 지원을 누릴 수 있다. 입주기업을 공모로 선정하는 만큼 부산시는 개별 컨설팅을 통해 부산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부산항 신항 전경. 부산시 제공 부산항 신항 전경. 부산시 제공

■항만연관산업 육성 위해 선제적 노력

부산항의 물동량 처리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연계된 항만서비스 산업의 부가 가치는 낮은 상황이다. 세계 주요 선진항의 항만서비스 부가 가치액을 살펴보면, 중국 상하이항은 16조 8000억 원,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14조 3000억 원, 싱가포르항은 16조 5000억 원이지만 부산항은 이들 항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조 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부산시는 부산항을 중심으로 해운항만산업과 항만연관산업이 중장기적으로 동반성장하도록 2020년 11월 ‘부산광역시 선박관리산업 및 연관산업 육성·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항만운송사업법’에 없는 항만연관산업에 대한 지원 근거를 전국 최초로 규정한 사례로,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했다.

부산시는 이 조례를 근거로 지역경제 상생발전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부산광역시 항만연관산업 육성 기본계획 수립’ 연구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선박수리업은 부산에 영도구와 사하구를 중심으로 전국 업체의 약 86%인 629개가 모여있을 만큼 지역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전통산업이다. 특히 국내 선박수리산업은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 받아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중요 산업군 중 하나이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 낮은 임금조건 등으로 인해 젊은 인력층이 유입되지 않아 오랫동안 축적된 기술력이 전승되지 못하고 끊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는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공모사업에 ‘스마트 수리조선산업 지원기반 구축사업’이 선정됨에 따라, 올해까지 3년간 총 사업비 약 77억 6000만 원(국비 52억 7600만 원, 시비 24억 8400만 원)을 투입해 선박수리조선산업 인프라·스마트 장비 활용 지원 및 수리조선지원통합정보시스템 구축, 현장작업·품질검사 스마트 자동화 장비 도입, 작업환경 개선 및 교육 지원, 설계 전문인력 양성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예정지인 부산항 북항 일대 재개발과 함께 첨단기술 융복합화를 통해 부산항의 물동량 증가와 글로벌 물류 허브 항만 도약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부산항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시 특성에 맞는 기업을 유치하는 한편 고부가 가치 산업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에 적극 건의하고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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