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괜찮아 보이는 청년도 감당 못 할 악조건 겹치면 무력 [부산 고립청년 리포트]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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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 왜 생기나?

직장 번아웃·학교 폭력 등 이유
상처 커져 주로 20~30대에 터져
지나친 경쟁·성과 압박도 한몫

청년들의 은둔에는 특별한 패턴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부산복지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부산광역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이 은둔을 선택한 배경에 대체로 △학교·가정폭력의 경험 △대인관계 어려움 △직장과 사회생활로 인한 번아웃 등의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직·구직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은둔 생활에 이전보다 쉽게 적응하도록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은둔을 촉발하는 문제는 주로 10대에 시작되고, 은둔을 처음 떠올리거나 실제 은둔 상태에 돌입하는 시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져야하는 20~3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은둔 기간은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짧게는 3~6개월, 길게는 10년 이상에 달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만난 은둔형 외톨이들 역시 공통적으로 어린 시절 가정과 학교를 비롯해 직장 등 사회생활에서 겪었던 어려움이 은둔생활에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했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응한 한 당사자는 “과거에 저처럼 은둔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모이는 집단치료 활동에 나갔던 적이 있었는데,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서로 비슷한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상처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사회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누구나 물리적·정서적으로 고립될 수 있으며, 복합적인 상황을 계기로 사회적 교류가 단절되면 은둔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대학 진학과 취업 등의 과정에서 지나친 경쟁과 성과에 대한 압박 등이 청년들이 한발짝만 삐끗하면 고립되기 쉬운 환경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며 “충분히 괜찮게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감당할 수 없는 악조건이 한꺼번에 찾아오면 은둔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인적인 특성 외에 사회문화적 환경이 은둔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청년들이 은둔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산연구원 박주홍 책임연구위원은 “앞선 일본처럼 청년들이 과거에 비해 은둔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하고 길게 나타나고 있고, 이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비용과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청년 은둔형 외톨이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인 공적 지원과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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