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서 못 쓴다고요?… ‘농심’ 울리는 지역사랑상품권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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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30억 이상 매장 사용불가
상품권 사용 줄어 존립 우려도

31일 경남 창녕군 남지읍 하나로마트에 붙은 지역사랑상품권 사용 불가 안내문. 강대한 기자 kdh@ 31일 경남 창녕군 남지읍 하나로마트에 붙은 지역사랑상품권 사용 불가 안내문. 강대한 기자 kdh@

“농협에서 발행한 상품권을 농협에서 못 쓰게 하네요. 촌에서 딱히 쓸 데가 있나요?”

31일 오전 경남 창녕군 남지읍 하나로마트 입구에서 만난 오지언(45) 씨가 불만을 쏟아냈다. 하나로마트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자주 사용하는 오 씨는 이날부터 하나로마트에서 상품권을 받지 않게 되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 정책 일환으로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를 제한하면서 주이용객인 농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농민들의 주된 상품권 사용처인 농협이 사용처에서 제외되면서 상품권 자체의 활용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협 등에 따르면 31일부터 지역사랑상품권은 연 30억 원 이상 매출 업장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법인의 경우 법인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잡으면서 농협도 여기 포함됐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마다 발행이되는데 창녕사랑상품권은 매달 1인이 50만 원까지 구매할 수 있으며, 구매 시 10% 할인을 받는다.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와 규모 감소에 농촌지역에서 볼멘소리가 크다. 특히 농협에서 비료, 농약, 농자재 등 영농자재와 생필품 등을 두루 판매하고 있어 농업인들 이용률이 높아서다. 지난해 기준 남지농협에서 사용된 창녕사랑상품권은 무려 12억(마트 6억·영농 6억) 원이다. 다른 소상공인들이 환전해간 상품권까지 합하면 30억 원에 달한다.

남지읍 마산마을 강영희(64) 이장은 “다들 한 푼이라도 아끼자고 상품권을 구매·사용하는데, 갑작스레 주로 사용하는 데에서 못 쓰게 막으면 어떡하냐”며 “이제 굳이 상품권을 사들일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씨는 “이제 뭐든 인터넷에서 최저가를 검색해 사야 할 판”이라며 “지역사랑이라며, 지역민은 생각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지역사랑상품권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경남소상공인협회 신영철 회장은 “상품권이 본 취지대로 소상공인에게 돌아가야 함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사용을 제한하는 것으로 소비자가 ‘필요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정부에서 시행할 때 지방자치단체에서 융통성 있게 판단해서 할 수 있게 일부 풀어주는 것도 방법이라 본다. 정부가 모든 지역 사정을 다 알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농업인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를 정책 취지에 맞게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발행 규모도 대폭 삭감했다. 지난해 전국에 약 27조 2000억 원을 풀었다면 올해는 13조 6000억 원으로 절반을 줄였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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