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아대가 키운 단감, 널리 알리고 싶어 ‘동감’ 술 만들었죠”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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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동아대 대외협력과 주무관

기념품 담당하다 아이디어 떠올려
창원 양조장과 협업 위탁 생산 추진
수익금은 장학금 활용, 신제품 준비

부산 사하구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 학생회관 2층에 들어서자 온통 주황 빛깔로 가득한 공간이 눈길을 끈다. 벽면엔 ‘DONG-GAM’(동감) 영문 글자와 술잔 그림, 진열대엔 은은한 주황 빛깔의 술병이 즐비하다. 최근 동아대가 선보인 단감와인 ‘동감’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다.

대학과 전통주,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둘의 만남은 이 대학 한 직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대외협력과에서 기념품 업무 등을 담당하는 김대현(36) 주무관은 지난해 우연히 전통주 플랫폼을 접하면서 아이디어를 냈다. 김 주무관은 “연간 10t 정도 생산되는 학교 단감을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였다”며 “단감주스, 단감즙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 중에서 학교 행사 때 건배주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와인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기까지는 꼬박 1년이 걸렸다. 술을 빚어 줄 양조장을 수소문했고, 3개월 동안 협의한 끝에 경남 창원시에 있는 ‘맑은내일’ 양조장과 손을 잡았다. 마침 맑은내일은 비슷한 종류의 과실주(‘단감명작’)를 생산 중이었다. 동아대는 김해시 한림면 학교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단감을 원재료로 제공하고, 맑은내일이 위탁생산(ODM)하기로 했다.

이름은 ‘동감’이라 지었다. ‘동아대 단감’ ‘감동을 주는 동아대’ 등 중의적 의미를 담은 김 주무관의 작품이다. 브랜딩 작업에는 동료들이 힘을 보탰다. 디자인을 전공한 방경연 직원이 ‘라벨링 디자인’을 담당했고, 맛과 디자인·포장까지 완벽한 단감와인이 탄생했다.

김 주무관은 “이런 프로젝트가 처음이다 보니 둘이서 와인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는데, 실물로 받아 들었을 땐 정말 기뻤다”며 “팀장·과장·총장까지 믿고 맡겨 주셨고, 다른 부서원들도 응원해 준 덕분에 겨우 ‘동감’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동감’은 지난해 말 시제품에 이어 지난 4월 초교내에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정식으로 첫선을 보였다. 출시 50일 만에 첫 물량 3000병이 모두 판매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특징이어서 학생들 중에서도 여학생에게 인기가 많다.

기념품으로도 반응이 좋다. 김 주무관은 “학교에서 키운 단감으로 만든 와인이라고 말하면 받는 분도 한 번 더 보게 된다”며 “자연스럽게 학교 홍보 효과도 생기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감’은 학교 관련 행사에서도 건배·만찬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동아대는 ‘동감 프로젝트’를 학교 수익 사업의 하나인 ‘동아 브랜드’의 첫 주자로 밀고 있다. 판매 수익은 학생 장학금으로 활용하는 등 구성원들을 위해 의미 있게 쓸 예정이다.

‘동감’의 취지에 동감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김 주무관은 외려 조심스럽다. 그는 “온라인 판매와 수익금 활용 등 법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과 절차가 많아 지금까진 수익 사업을 위한 파일럿 단계로 볼 수 있다”면서 “점차 판로를 넓히고 최종적으로는 학교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천천히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동감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다음 달에는 단맛을 줄인 ‘동감 더 클래식’, 내년 2월엔 탄산과 청량감을 더한 ‘동감 스파클링’이 선보인다. 기존 ‘동감’에다 동아대만의 맛과 전통을 가미한 작품이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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