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돗물서 곰팡이 냄새, 이젠 정수까지 말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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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파생 지오스민 환경부 기준 두 배
부산시 안일한 대응 먹는 물 불신 키워

부산의 수돗물에서 곰팡이와 흙냄새가 나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안일한 정수 과정에 대한 시민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시 상수도본부의 고도정수처리시설 중 분말활성탄 투입 시설. 연합뉴스 부산의 수돗물에서 곰팡이와 흙냄새가 나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안일한 정수 과정에 대한 시민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시 상수도본부의 고도정수처리시설 중 분말활성탄 투입 시설. 연합뉴스

9일 오전부터 부산의 수돗물에서 곰팡이와 흙냄새가 나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시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화명정수장 계통 일부 지역 수돗물에서 인체에 무해하나 냄새가 날 경우 끓여 드시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냄새로 인한 불쾌감은 물론이고 수돗물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감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낙동강 원수에 대한 불신이 심한데 이제 정수 과정까지 문제냐며 분통을 터뜨린다. 원수에 대한 불신도 불신이지만 시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에 안일하게 대응한 상수도본부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상수도본부 분석 결과 남구, 수영구, 북구 등 화명정수장 계통 수돗물에서 냄새 유발 물질 지오스민이 0.053㎍/L 검출됐다. 환경부 감시 기준 0.02㎍/L를 배 이상 초과한 것이다. 지오스민은 남조류에 의해 발생하는 맛과 냄새 유발 물질로 환경부 먹는 물 감시 항목 중 하나다. 검사 주기는 평시에는 분기 1회고 조류경보 발령 시 주 2회 실시하는데 아직 조류경보가 발령되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 상수도본부의 해명이다. 냄새가 나면 3분 이상 끓여 먹기를 권장하며 인체에 유해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올해 낙동강 녹조 발생이 지난해보다 한 달 빨라지고 8일에는 칠서정수장에 첫 조류경보가 발령된 점을 감안하면 상수도본부의 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상수도본부는 낙동강 녹조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시점에 고도정수처리시설 개선 공사에 들어가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 지난 8일부터 공사로 인해 정수처리 10단계 중 2단계 정수 공정을 생략하면서 냄새 물질이 제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수 두 단계를 생략했다고 먹는 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것도 기가 막히지만 이 시점에 정수 단계를 줄인 상수도본부의 대응도 납득하기 힘들다. 상수도본부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공사를 중단하고 정수 강화에 나섰지만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9일 오전부터 민원이 빗발쳤는데 오후 늦게서야 재난문자를 날려 뒷북 대응 지적도 받았다.

지난해에는 녹조가 창궐해 대구와 창원의 일부 가정 수돗물에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수돗물뿐만 아니라 낙동강 인근에서 재배된 농산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시민 불안이 높았다. 앞으로도 기후변화 등으로 낙동강 물 문제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취수원 다변화는 지역 민원에 막혀 갈 길이 멀다. 임시 처방으로 추진된 심층 취수탑도 예산 확보에 실패해 어렵게 됐다. 이런 와중에 상수도본부마저 안일한 정수 관리로 시민들을 놀라게 하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상수도본부 정수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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