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비무환 자세로 건강한 여름 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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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식 APEC기후센터 원장

 기상청의 최근 3개월 전망에 의하면 올해 6월과 7월, 8월의 기온이 평년(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였다. 또한, 강수량의 경우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6월과 8월에는 각각 50%와 30%, 7월에는 각각 40%였다. 올여름에는 적도 열대 태평양 지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면 통상적으로 한반도에는 많은 비를 동반하는 엘니뇨의 발생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발표된 APEC기후센터의 동아시아 기후 전망도 올 6월과 8월 사이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중국 북동부와 한반도 등의 강수는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여름 기온과 습도가 함께 올라 더위 체감온도가 상승해 폭염 강도가 세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사회 취약계층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를 위해 첫째, 올해 여름에도 높은 기온과 폭염으로 고령자와 사회 취약계층이 더 심하게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세심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건강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적 계층이 낮은 사람일수록 홍수와 폭염 등 자연재난에 의해 심각한 타격을 입고 회복하는 데도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또 정부의 ‘한국 기후 변화 평가 보고서 2020’에 의하면 기온이 1도 오를 시 사망 위험은 5%, 폭염 땐 8%로 높아진다. 여름에 기온이 상승한다면 75세 이상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와 같은 건강 취약계층의 사망 위험이 더 커질 수 있어 이들의 신체와 건강 상태에 맞는 맞춤형 폭염 대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기상청은 지자체와 협력해 폭염에 취약한 고령자의 위험 기상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폭염 영향 예보 음성 전달 시범 서비스’를 운영한다. 영향 예보는 기상 현상으로 인해 예상되는 사회·경제적 영향을 위험·취약성을 고려해 상세한 기상 정보와 함께 전달한다. 둘째로, 올해는 전기료 등 에너지 가격의 인상으로 사회적 약자계층에 대한 실질적이고 경제적인 폭염 지원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전력의 전기료 인상 결정으로 향후 기온이 오르면 경제적 취약계층은 오른 밥상 물가와 함께 냉방비에 대해서도 큰 부담감을 느낀다. 비록 정부·지자체 등에서 선풍기와 에어컨 등 냉방기를 무상으로 지원해 줘도 전기료 부담으로 이의 사용을 꺼려 사회 취약계층의 건강이 악화할 수 있다. 따라서 전기료 인상과 함께 이들의 냉방기 사용 부담을 줄이는 전기료 감면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셋째로, 체감도가 높고 상세화된 기후 정보를 활용해 기후 변화 취약계층의 건강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국가 통합 열 건강 정보시스템(www.heat.gov)’을 202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과 정책 결정권자들이 폭염으로 인한 건강상의 위험·위협을 잘 이해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과학 기반 정보를 제공해 개인과 정부·사회가 폭염에 잘 대처할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도 고온과 폭염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이런 서비스의 제공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APEC기후센터도 향후 폭염·폭우와 같은 극한 이상기후에 우리 사회가 더 잘 대비할 수 있게 정확도가 높은 계절 내 예측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계절 내 예측 정보는 극한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히 발생, 사람들에게 심각한 인적·물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약 2주~2개월의 예측 시간을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서비스가 제대로 구축되고 실행되기 위해서는 기후 예측 정보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노력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따라서 기후 정보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국가·사회의 관심과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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