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극단으로 치닫는 한·중 관계 출구 전략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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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대사 초치 외교 마찰 일촉즉발
위험 관리 차원 소통 노력 계속돼야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 연합뉴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 연합뉴스

한·중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이 한·중 간 외교 마찰로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우리 정부가 싱 대사를 초치해 외교적 무례에 항의하자 중국 정부 또한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회동 형식으로 맞초치해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면서 한·중 관계가 살얼음판을 걸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한·중 간 고위급 대화 채널 복원 시도 등 관계 개선 움직임이 일고 있었는데 다시 악재들이 이어지며 꼬이고 있다. 지난달 일본에서 개최된 G7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개선 모멘텀을 탐색하던 한·중 관계는 다시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다.

한·중 간 외교 마찰을 촉발한 건 싱 대사의 외교 상궤를 벗어난 부적절한 발언이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중국대사관저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우리 정부의 대미 밀착 외교 기조를 비판해 논란을 일으켰다. 싱 대사는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한다는 데 베팅하고 있는데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와 경제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우리 정부에 대한 협박성 경고로 읽히는 발언이다. 생중계 사실을 알면서도 준비한 문건을 읽고 취재진에게 배포한 것은 한국 정부에 대한 의도된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본국과의 교감 없이는 할 수 없는 행태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싱 대사의 발언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우리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해 문제의 발언이 도발적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며 엄중 경고했다. 싱 대사의 발언이 외교 관례에도 어긋나는 비상식적 언행이라며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 또한 정 대사를 맞초치하면서 갈등의 골을 키웠다. 중국 외교부는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싱 대사와 야당 대표의 교류에 한국 정부가 부당한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한·중 수교 공동성명의 정신을 성실히 준수하고 양국 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상호 대사 초치로 한·중 관계는 다시 급랭하고 있는 것이다.

한·중 관계가 파탄으로 이어질 경우 양국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중국 관계에서 오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관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핵심 기술 패권에서 경쟁을 벌이면서도 경제 교류를 확대하는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또한 대중국 기조를 단절(디커플링)이 아니라 위험 제거(디리스킹)쪽으로 바꾸는 기류다. 한·중 관계 또한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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