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행적 논란 ‘남인수 가요제’, 장소 바꿔 부활 강행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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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장소 대여 취소결정에
사업회, 사유지로 무대 옮겨
18일 추모제·내달 22일 가요제

제1회 남인수 가요제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 진주시가 장소 대여를 취소하면서 개최 장소가 빠져 있다. 김현우 기자 제1회 남인수 가요제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 진주시가 장소 대여를 취소하면서 개최 장소가 빠져 있다. 김현우 기자

친일 행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수 남인수의 이름을 딴 추모제·가요제가 경남 진주에서 개최될 전망이다. 앞서 진주시가 남강야외무대 대여를 취소함에 따라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주최 측이 장소를 바꿔 열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남인수 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는 오는 18일 진주시 문산읍의 한 개인부지에서 특설 무대를 만들어 ‘남인수 61년 추모제’를 열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같은 장소에서 다음달 22일 ‘진주의 아들, 제1회 남인수 가요제’도 개최하기로 했다.

당초 개최 예정지였던 경남문화예술회관 앞 남강야외무대에서 장소를 급히 옮긴 것은 진주시의 장소 대여 불가 결정 때문이다. 시는 처음에는 대여를 허용했지만, 이후 야외공연장 운영 관련 규정을 언급하며 기념사업회 측에 대여 취소 공문을 보냈다. 민족문제연구소 경남진주지회가 성명을 내고 장소 대여 취소를 요구하자 갈등이 커질 것을 우려한 시가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시 관계자는 “기념사업회 측이 남인수의 친일 행적을 떠나 팬의 입장으로 남인수를 보고 있다고 하지만, 사회적 갈등이 우려돼 결정을 번복했다”고 밝혔다.

이에 장소를 명시한 현수막을 시가지 곳곳에 걸며 축제를 알렸던 기념사업회 측은 즉각 반발했지만 결정은 바뀌지 않았고, 가요제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기념사업회 측은 올해 추모제와 가요제 개최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08년 남인수 가요제 폐지 이후 15년 동안 열리지 않았는데 더 이상 가요제 부활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문산읍의 한 개인부지에 특설무대를 만들어 추모제부터 열고 다음달 가요제도 개최하기로 했다.

남인수기념사업회 김영삼 총괄본부장은 “추모공연은 해방 이후 노래들로만 꾸며질 예정이다. 친일 행적은 역사에서 판단할 부분”이라며 “지금도 많은 후배들이 남인수 선생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만큼 선생의 예술적인 면모는 따로 평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시 진양호공원에 세워져 있는 남인수 동상. 비석에는 그의 대표곡인 애수의 소야곡이 새겨져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 진양호공원에 세워져 있는 남인수 동상. 비석에는 그의 대표곡인 애수의 소야곡이 새겨져 있다. 김현우 기자

한편 남인수(본명 강문수, 1918~1962)는 진주 출신으로 활동 당시 가요계의 황제, 가황이라 불렸다.

애수의 소야곡(1938), 감격시대(1939), 낙화유수(1942), 가거라 38선(1948), 이별의 부산정거장(1953), 청춘 고백(1954) 추억의 소야곡(1954) 등을 잇따라 히트 시키며 당시 대중문화의 우상으로 우뚝 섰다. 그의 노래가 오랜 시간 사랑 받으면서 경기도 양주군에 노래비가 세워졌고 고향인 진주에는 동상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남인수의 이름을 딴 가요제도 열렸다.

1991년 서울에서 처음 열렸고, 1996년에는 진주에서 제1회 남인수 가요제가 펼쳐져 해마다 이어졌다.

하지만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남인수 이름이 오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남인수가 일제강점기 ‘강남의 나팔수’, ‘혈서 지원’ 등 친일 성향의 노래를 불렀다는 게 이유였다. 이로 인해 10여 년간 이어져오던 진주 남인수 가요제는 2008년 진주가요제로 이름이 바뀌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노래를 그리워하는 팬들 사이에서 다시 가요제를 부활시키자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 지난해 진주연예협회가 제1회 남인수 가요제를 개최하려다가, 반대에 부딪혀 흐지부지되기도 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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