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월드컵 ‘사격 2관왕’ 부산영상예술고 김주리 “10.7점 쏘고 금 확정됐을 때 정말 짜릿했어요”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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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 공기권총 여자 단체전·혼성 우승
첫 출전 국제대회서 금메달 2개 따내
7월 창원 세계주니어선수권 출격 대기

2023 국제사격연맹(ISSF) 주니어 월드컵 10m 공기권총 여자 단체전과 혼성 2관왕에 오른 부산영상예술고 김주리 선수가 사격 연습을 하고 있다. 부산영상예술고 사진 동아리 ‘여백’ 제공 2023 국제사격연맹(ISSF) 주니어 월드컵 10m 공기권총 여자 단체전과 혼성 2관왕에 오른 부산영상예술고 김주리 선수가 사격 연습을 하고 있다. 부산영상예술고 사진 동아리 ‘여백’ 제공

부산에서 세계 사격 무대를 휩쓴 10대 명사수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부산영상예술고등학교 3학년 김주리(18)다.

김주리는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독일 줄에서 열린 2023 국제사격연맹(ISSF) 주니어 월드컵 10m 공기권총 여자 단체전과 혼성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했다. 첫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한 것이다. 김주리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 대표팀은 이 대회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5개, 동메달 1개로 인도(금 6·은 6· 동 3개)에 이어 메달 순위 2위에 오를 수 있었다.

“대회가 다가오면서 긴장이 많이 됐어요. ‘그냥 즐기자’는 마음으로 나섰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처음 나선 세계대회에서 2관왕에 오른 이 대범한 선수도 떨리는 마음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개인전은 본선 8위까지 결선에 오를 수 있는데, 겨우 8위로 턱걸이했어요. 그때 대표팀 감독님(이병준)의 격려와 언니, 오빠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어요.” 마음을 다잡은 김주리는 결선에서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아쉽게 개인전 메달은 놓쳤지만 김민서(한국체대), 오예진(제주여상)과 함께 단체전 우승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사격 단체전은 개인전 상위 3명의 성적을 합산해 결정).

김강현(강원대)과 함께 출전한 혼성 금메달도 접전이었다. 인도 팀과 맞붙은 결선 막판 추격을 허용해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으나, 마지막 한 발을 제대로 맞혔다고. “10.9점 만점에 10.7점을 쏘고 금메달이 확정됐을 때, 짜릿하기도 했고 안도감도 밀려왔어요.”

부산영상예술고 사격 유망주 김주리가 국제사격연맹(ISSF) 주니어 월드컵에서 딴 금메달 2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부산영상예술고 사진 동아리 ‘여백’ 제공 부산영상예술고 사격 유망주 김주리가 국제사격연맹(ISSF) 주니어 월드컵에서 딴 금메달 2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부산영상예술고 사진 동아리 ‘여백’ 제공

세계 1위에 오른 순간의 기분은 어땠을까. “저 자신도 기뻤지만, 부모님을 비롯해 그동안 도와준 학교 선생님, 사격부 코치님과 동료, 친구 등 모든 분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어린 나이답지 않은 담대한 소감이었다.

김주리가 사격을 시작한 건 중1 때였다. 사격부가 있는 가야여중에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총을 잡게 됐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출전한 전국대회(충무기)에서 단번에 우승하는 천재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대회에선 입상권에 들지 못했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면서 오히려 부진에 빠진 것.

부산영상예술고 진학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코치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개인연습도 열심히 했어요. 집에서도 아령을 들고 거총 연습을 계속했고, 달리기를 통해 기초체력을 길렀어요.” 이때부터 명사수 김주리의 도약이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미추홀기 등 숱한 전국대회 개인·단체전을 석권해 왔다.

양시정 부산영상예술고 코치는 김주리의 장점을 ‘순간 집중력’과 ‘정지력’으로 꼽았다. “사격은 거총해서 격발까지 15~16초가량 걸립니다. (김)주리는 그 시점의 집중력과 정지력이 정말 뛰어납니다. 한자리에서 2~3시간씩 사격 자세를 유지하는 체력도 대단합니다.” 더불어 양 코치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기만의 사격 스타일 확립을 좋은 성적의 비결로 강조했다.

부산영상예술고 사격 유망주 김주리가 독일 줄에서 열린 2023 국제사격연맹(ISSF) 주니어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한 과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부산영상예술고 사진 동아리 ‘여백’ 제공 부산영상예술고 사격 유망주 김주리가 독일 줄에서 열린 2023 국제사격연맹(ISSF) 주니어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한 과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부산영상예술고 사진 동아리 ‘여백’ 제공

양양권 교장은 김주리의 실력뿐만 아니라 사격부 주장으로서 동료들을 이끄는 리더십, 인성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사격부에 대한 지원 확대를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리를 비롯해 사격부 학생들이 더욱 안정적으로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후원회를 만들 생각입니다. 지금 지차체에서 약간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더 폭넓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제2, 제3의 김주리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2010년 창단된 부산영상예술고 사격부는 부산 유일의 여자 고교 사격팀이다. 지난해 전국체전 단체전 금메달을 비롯해 매년 좋은 성적을 내며 국내 최강 팀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교내에 사격연습장이 없어 인근 영도관광사격장을 대여해 활용하고 있다. 사격부는 매일 학교 수업이 끝나는 오후 3~4시부터 7시 30분까지 이곳에서 훈련한다. 제한된 시간에만 연습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김주리 같은 세계적인 유망주를 배출해 냈다.

부산영상예술고 사격 유망주 김주리가 사격연습장에서 훈련을 시작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영상예술고 사진 동아리 ‘여백’ 제공 부산영상예술고 사격 유망주 김주리가 사격연습장에서 훈련을 시작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영상예술고 사진 동아리 ‘여백’ 제공

김주리는 내달 14일부터 창원에서 열리는 ISSF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도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 금메달 몇 개를 목표로 하느냐는 기자의 속된 질문에 “성적엔 욕심 안 내려고요. 멘털이 깨지지 않도록 경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도인(?)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멘털 스포츠’를 해서 그럴까, 어린 나이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마음이 읽혔다. 그의 꿈도 다소 의외였다.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보다 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를 키우는 코치가 되고 싶어요.”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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