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장관 5년 만에 중국 방문… ‘싱하이밍 갈등’ 변수 될까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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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최고위급 방중
“시진핑 주석 만난다” 외신 보도‘무력 충돌 가드레일’ 논의 전망
대만해협 등 위기 돌파구 ‘촉각’
블링컨 “건강한 한중 관계 지지”
한중 장관 ARF 만남 여부 관심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 논란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관계 회복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외교 수장으로는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 국무장관이 1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 논란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관계 회복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외교 수장으로는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 국무장관이 1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왔던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고압적 발언 파문으로 두 나라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그동안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이틀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미중 간 ‘정찰풍선’ 갈등으로 연기됐다가 4개월 만에 이뤄진 이번 방중은 2021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외교 수장의 첫 방중인 동시에 최고위급 인사의 중국 방문이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인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의 방문 이후 미국 현직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에 중국을 찾는다.

미중 간 전략경쟁이 점점 확대되고 심화하는 상황에서 모처럼 이뤄지는 이날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측은 두 나라의 갈등이 무력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이른바 ‘가드레일’(안전장치)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블링컨 장관은 방중에 앞서 “치열한 경쟁이 대립이나 충돌로 비화하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수개월 내 대화하기를 희망한다고 최근 밝혔다. 일부 외신은 블링컨 장관이 19일 시진핑 주석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는데 미중 관계의 중대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장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미 밀착 외교에 포화를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미국의 갑작스런 태세 전환에 미국만 바라보고 노골적으로 중국을 때렸던 윤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이 어떤 궤변을 내놓을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블링컨 방중 이후 미중 관계의 향배는 현재 심각한 갈등 국면을 보내고 있는 한중관계에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중 고위급 협의를 거쳐 대만해협 등에서의 미중 충돌 우려가 감소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한중 외교 공간도 그만큼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국 방문길에 한국과 일본 외무장관과 통화한 블링컨 장관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건강한 한중관계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미 외교당국이 밝혔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문으로 미중관계에서 획기적 돌파구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오판과 충돌을 막고 관계를 관리할 소통 채널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박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통화에서 한반도 문제에서의 중국 역할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북한의 거듭된 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북한 비핵화가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의 공동 이익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일각에서는 내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두 나라 외교장관이 만나 반전의 계기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싱 대사 발언으로 인해 형성된 냉각기류에도 회담이 진행될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팽팽한 긴장감이 완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중 외교장관은 코로나19 여파로 화상으로 열린 2020년, 2021년을 제외하면 ARF를 계기로 거의 빠짐없이 회담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ARF 회의 직후 중국 칭다오에서 정식회담이 열렸다. 한중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국내 배치 결정으로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2016년에도 ARF를 계기로 회담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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