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전기차 출시 현대차그룹, 기술과 자신감 담았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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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9 시승기

국내 첫 3열 대형 SUV 출시
주행성능과 효율, 승차감 탁월
4륜 구동 실주행거리 500km
풀옵션 1억 원은 다소 부담

기아가 지난 19일 출시한 국내 첫 3열 대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V9’이 주행성능과 효율성, 승차감 등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EV9 주행 장면. 기아 제공 기아가 지난 19일 출시한 국내 첫 3열 대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V9’이 주행성능과 효율성, 승차감 등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EV9 주행 장면. 기아 제공

전기차 중 자동차 제조사가 가장 만들기 힘든 차는 대형차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배터리를 대용량으로 해야 하고 효율성도 함께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기아가 지난 19일 출시한 국내 첫 3열 대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더 기아 EV9(이하 EV9)’은 현대차그룹이 호평을 받은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EV6’의 자신감에서 만들어낸 모델이다. 지난주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 EV9은 일단 주행성능과 효율성, 승차감에서 합격점을 받았지만 풀옵션시 1억 원에 육박하는 찻값은 다소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승 모델은 EV9 4WD 어스 트림 풀옵션으로, 경기도 하남도시공사에서부터 충남 아산시 아레페 카페를 거쳐 충남 부여시 롯데리조트까지 약 200km를 주행했다. 시승차 가격(개소세 5% 기준)은 9464만 원으로, 6인승 스위블 시트와 21인치 휠, 빌트인캠2, 듀얼 선루프 등이 탑재돼 있다.


EV9의 전면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타이거 페이스’ 디자인이 적용됐다. 외관에서의 아쉬움은 직선이 강조된 박스카 형태인 기아 ‘쏘울’의 대형 전기차 버전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전용 전기차 답게 기존 출시된 내연기관 차들과는 다른 디자인을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이 차는 전장 5010mm, 전폭 1980mm, 전고 1755mm, 휠베이스(앞뒤바퀴 축간거리) 3100mm로, 전장 5155mm, 휠베이스 3090mm인 기아 ‘카니발’보다 전장은 짧고 긴 휠베이스를 가졌다. 현대차의 ‘팰리세이드’보다 전장과 휠베이스가 각각 15mm, 200mm 길다.

이 차의 스위블 시트는 2열을 반대로 돌려 3열과 마주 보게 앉을 수 있다. 다만 법규상의 이유로 주행 중에는 사용할 수 없다. 3열까지 시트가 장착되는 바람에 트렁크 수납공간이 다소 부족했고, 차량 앞쪽 보닛 아래의 트렁크도 작았다.

주행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EV9은 99.8kW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 모터최고출력 283kW(379마력)에 모터최대토크 700Nm(71.4kg.m)을 갖추고 있다.

대용량 배터리 때문에 공차중량이 2585kg으로 쉐보레 대형 SUV ‘타호’(2651kg)에 육박하지만 사륜구동에 뛰어난 출력과 토크 덕분에 오르막과 곡선주로에서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시속 100km 이상에서도 풍절음과 하부 소음은 거의 없었고, 가속 후 급제동시에도 하부가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멈추는 모습이었다. 승차감도 기대 이상이다.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이상곤 책임연구원은 “전륜에는 맥퍼슨 멀티 서스펜션을 적용해 임팩트 충격에 대한 여진을 개선했고, 후륜에는 셀프 레벨라이저라는 신기술로 바디모션을 더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기능은 버튼 하나만으로 손쉽게 작동했다. 기본으로 탑재된 고속도로 주행 보조2(HDA2)는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과속카메라가 있으면 속도를 줄여주고, 방향지시등 작동만으로 알아서 차로를 변경해줬다.

주행 30분이 지나면서부터 30분 간격으로 에르고 모션 시트가 작동했다. 어스 트림부터 기본 탑재되는 기능으로 장거리 주행시 허리와 등 부분을 마사지 해준다.

이날 시승한 4WD 모델은 완충 후 주행거리가 454km다. 출발 당시 83% 충전잔량에 잔여주행거리가 388km로 찍혀있었는데, 아산까지 104km 가량 주행후 60% 충전에 잔여주행거리는 272km였다. 충전이 23% 소비되는 동안 116km를 달린 셈이다. 이를 토대로 하면 완충 시엔 거의 520km가량 주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증받은 주행거리보다 무려 70km가량 더 가는 셈이다.

이날 전체 200km 주행 후 kWh당 전비는 4.7km가 나왔다. 공인연비(3.9km/kWh)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시승코스에 국도구간이 적지 않았지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위주로 주행한 덕분이다.

찻값은 다소 부담이다. EV9은 필수·부가 옵션 몇 가지만 넣어도 9000만 원에 달한다. 하반기에 출시될 GT-라인은 옵션을 넣으면 1억 원대다. 기아 측은 올해 EV9 판매 목표를 수출을 포함해 약 5만 대로 잡고 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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