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강사만 54명 물색했다… 검찰, 정유정 구속 기소(종합)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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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 등 살인 암시 메모
불우한 환경에 분노를 ‘묻지마 살인’으로 표출
옷에 튄 혈흔 숨기려… 신분 탈취 목적 없어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이 지난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부산일보DB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이 지난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부산일보DB

검찰이 과외 중개 앱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또래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정유정(23)을 구속 기소했다. 정유정은 피해자를 물색하기 위해 무려 54명의 과외강사에게 접촉했고,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 등 살인을 암시하는 메모를 적기도 했다. 검찰은 정유정이 자신의 불우한 환경에 대한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부산지검 전담수사팀(팀장 부장검사 송영인)은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절도 등의 혐의로 정유정을 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 50분 부산 금정구에 거주하는 피해자(26) 집에서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정유정은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뒤 시신 일부를 여행용 가방에 담아 경남 양산 낙동강변 인근에 유기했다.

검찰은 정유정의 범행을 철저히 준비된 ‘계획적 범행’으로 판단했다. 정유정은 검찰 송치 전까지 ‘우발적 살인’을 주장했으나, 검찰은 정유정이 과외 앱을 통해 54명의 과외강사들에게 접근해 피해자를 물색한 것으로 봤다. 정유정은 혼자 거주하는 여성 중에 피해자의 집에서 과외 수업이 가능한 대상을 물색했고, 피해자가 이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것을 확인하고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정유정이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고 적어 놓았던, 살인을 암시하는 듯한 메모를 발견했다. 또 ‘살인 방법’ ‘사체 유기’ 등 살인과 관련한 인터넷 검색내역도 확보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정유정은 범행을 미리 준비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정유정은 불우한 성장 과정, 가족 관계, 현재 처지에 대한 불만 등을 ‘묻지마 살인’으로 해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통합심리분석 결과 정유정은 ‘억눌린 내적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고, 그러한 행동을 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정유정을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를 시행한 결과 정유정의 점수는 사이코패스로 간주하는 25점보다 높은 28점대로 나타났다.

정유정이 범행 직후 피해자의 옷으로 갈아 입고 나가기는 했으나 이를 ‘신분 탈취’ 목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범행으로 인해 자신의 옷에 혈흔이 튀었기 때문에 피해자의 옷을 입었다는 설명이다.

운전면허나 자동차가 없었던 정유정은 범행 과정에서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사체유기 과정에서 다수의 CCTV에 노출되기도 했는데, 검찰은 정유정이 사회 경험이 없어 CCTV 노출 가능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생면부지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유기한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유족에게 구조금과 장례비를 지급하고 심리치료 등도 시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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