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상태에 "옷 입고 있어 '기아' 몰랐다"는 동거녀 부부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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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모에게 학대를 당한 끝에 지난해 12월 목숨을 잃은 가을이(2018년생·가명). 사진 속 모습은 친모에 대한 동거녀의 성매매 가스라이팅이나 친모의 학대가 본격화되기 전에 촬영된 것이다. 네 살에 세상을 떠난 가을이는 사망 당시 7kg이 되지 않을 정도로 영양결핍에 시달렸다. 친모 측 제공 친모에게 학대를 당한 끝에 지난해 12월 목숨을 잃은 가을이(2018년생·가명). 사진 속 모습은 친모에 대한 동거녀의 성매매 가스라이팅이나 친모의 학대가 본격화되기 전에 촬영된 것이다. 네 살에 세상을 떠난 가을이는 사망 당시 7kg이 되지 않을 정도로 영양결핍에 시달렸다. 친모 측 제공

가스라이팅을 통한 성매매 강요가 4세 여아의 사망으로 이어진 ‘가을이 사건’과 관련해 동거녀 부부가 “옷을 입고 있어서 아이 상태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 친모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대금을 가로채는 상황에서도 “친모가 아이 양육에 개입하지 말라고 했다”며 가을이의 학대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지난 20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동거녀 20대 여성 A 씨와 그의 남편 B 씨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가 “아이가 ‘미라’에 비유될 정도로 극도로 쇠약해져 있었는데 아이의 몸 상태를 알지 못했냐”고 묻자 B 씨는 “옷을 입고 있어서 그 정도인 줄 몰랐다. 그렇게까지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친모에게 2410회에 걸쳐 성매매를 강요해 1억 2450만 원의 돈을 챙겼다. 매달 800만~1000만 원가량의 성매매 대금이 A 씨 계좌로 입금됐고, A 씨는 이 돈 대부분을 외식·배달 등 생활비로 쓰거나 A 씨 부부의 빚을 갚는데 썼다.

경제권을 쥐고 있었던 A 씨는 주거지 내에서 친모보다 상당히 우월한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이들은 “친모가 지난해 6월부터 아이 양육에 개입하지 말라고 해서 그 말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유독 친모의 “양육에 신경 쓰지 마라”는 말 만큼은 존중해 줬다는 셈이다.

A 씨 측 변호인은 “본인들이 신고 의무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아니냐. 친모가 살아 있기 때문에 양육자가 아니라고 본 것이지 않느냐”고 묻자 이들은 ‘그렇다’고 답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대상이 친부모 등 보호자에 국한돼 제3자는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드는 것으로 보인다.

또 가을이 사망 당일 B 씨도 가을이가 숨진 안방에서 함께 잠을 잔 것으로 확인됐다. B 씨는 “오전 6시께 친모가 소리를 치는 바람에 한 차례 잠을 깨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운 뒤 다시 잠에 들었다. 아이가 울거나 보채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며 “평소 잠귀가 어두워 한 번 잠에 들면 잘 깨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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