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소금 사재기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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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원인 중 하나는 소금이었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소금을 독점 판매하면서 ‘가벨’이라 불리는 세금을 적용했다. 프랑스 국민은 일주일에 한 번씩 왕이 정한 가격과 할당량에 따라 소금을 사야만 했다. 귀족 등 특권층은 이 세금을 면제받았다. 지역에 따라 다르게 과세가 이루어져 세금이 원가의 20배가 넘기도 했다. 소금세를 내지 못한 사람들이 매년 3만 명 넘게 감옥으로 갔고, 500여 명이 처형되었다. 가벨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극에 달했고, 결국 대혁명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인도 독립운동의 기폭제도 소금이었다. 영국이 식민지 인도에 소금법을 실시하면서 인도인들은 소금을 직접 만들어 쓸 수 없게 됐다. 대신 인도에서 채취한 소금을 영국으로 가져가 가공을 마친 뒤 막대한 세금을 부과해 되팔았다. 마하트마 간디는 영국의 소금 전매 정책에 반발해서 6만 명을 이끌고 390㎞를 걷는 ‘소금 행진’을 벌였다. 행진을 마친 간디는 “나는 소금을 만들어 대영제국의 근간을 흔들겠다”고 선언했다. 간디는 불복종 운동으로 감옥에 수감되었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인도는 독립을 한다.

소금은 순우리말이다. 19세기까지 ‘소곰’과 ‘소금’이 같이 사용되다 소금으로 정착되었다. 소금(小金), ‘작은 금’이라는 어원을 가졌다는 이야기는 잘못 알려진 것이다. 요즘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소금(小金)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불안감이 ‘소금 사재기’로 나타나고 있다. 이달 들어 대형마트의 천일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온라인몰은 6배까지 폭등했다. 가격도 최근 20여 일간 세 배나 치솟았다. 일부 농협에서 1~2년 치 재고가 일주일 만에 동이 나면서 매점매석 의혹이 커지자 정부가 매점매석 금지 품목 지정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소금 사재기가 해결책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다. 김치, 고추장, 된장, 라면, 젓갈, 장아찌, 자반고등어, 굴비, 햄, 소시지, 베이컨, 어묵, 닭가슴살, 야채주스, 샐러드드레싱, 샌드위치, 가공치즈, 육포, 핫도그 등 소금이 들어가지 않은 식품을 찾기 어려워서다. 과연 외식이나 배달 음식을 끊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쟁여 둔 소금을 다 먹고 나면 그땐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올여름으로 예정된 해양 방류가 실행되면 해양 오염과 국내 수산업에 미치는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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