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식민주의의 현재와 그 짙은 그늘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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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자/비엣 타인 응우옌

<헌신자>. 민음사 제공 <헌신자>. 민음사 제공

<헌신자>는 식민주의의 현재와 그 짙은 그늘을 다룬 베트남계 미국 소설가 교수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2016년 첫 장편소설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동조자>는 박찬욱 감독이 현재 HBO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번 <헌신자>는 <동조자>의 후속작이다. 베트콩 수용소에서 고문과 재교육을 받은 ‘나’와 ‘본’이 1980년대 초 프랑스에 도착해 겪는 음모 속죄 파멸의 이야기다. 둘은 처음 만난 ‘당고모’가 공산주의자라는 사실에 분노하며 ‘파리 최악의 베트남 식당’에서 일하게 된다. 이 식당이 마약 밀매의 전초기지인 것이다. ‘나’는 프랑스 지식인들을 만나면서 식민지 본국민의 교만한 언행에 모욕을 느끼며 마약을 이들에게 팔기로 한다. 마약을 파는 과정에서 베트남계 갱단과 아랍계 갱단의 혈투도 벌어진다. ‘본’은 공산주의를 혐오하면서 그들을 고문한 베트콩 정치위원이 파리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정치위원을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같은 베트남인들끼리의 사상 투쟁, 식민지 본국 프랑스인들의 기만적인 태도, ‘인도 차이나’로 한데 묶여버린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인들의 미묘한 입장 차이, 똑 같이 식민지를 거쳤고 프랑스 사회에 최하층 부랑민으로 사는 아랍인들의 처지 등 온갖 이념과 갈등이 1980년대 파리에서 격돌하는 모습이 스릴러의 틀을 빌려 소설에서 펼쳐지고 있다. ‘무(無)보다 더 진짜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명제를 내건 이 소설은 지적이면서도 속도감 있게 읽힌다. 비엣 타인 응우옌 지음/김희용 옮김/민음사/612쪽/1만 8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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