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경제 15년 후퇴… 재건 비용만 1년간 7조 8000억”

김형 기자 mo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영 런던서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
미·EU 등 수십억 달러 지원 밝혀
서방 “러에 재건 비용 부담시키겠다”
젤렌스키 “행동으로 옮기길 바라”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이 1년간 7조 8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의 건물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폐허로 변해 있다(위). 토니 블링컨(오른쪽 사진에서 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이 21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이 1년간 7조 8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의 건물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폐허로 변해 있다(위). 토니 블링컨(오른쪽 사진에서 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이 21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1년간 7조 8000억 원 이상의 재건 비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주요국이 수십억 달러 추가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21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에서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재건 사업에 12개월간 60억 달러(7조 800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화상 회의를 통해 설명했다.


또 세계은행(WB)이 추정한 재건 비용은 4000억 달러가 넘고 시급한 복구 비용만 140억 달러에 달한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카호우카 댐 파괴로 인한 환경 피해가 1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WB는 “전쟁으로 인한 파괴는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을 빈곤에 처하게 했고 우크라이나의 발전을 15년 후퇴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또 고물가, 특히 식품 가격 상승은 저소득 가정에 비대칭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WB는 설명했다. 남부 헤르손주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음식료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74% 치솟았다는 것이다.

또 전쟁으로 인해 주택과 교통, 에너지 분야에 가해진 직접적인 피해는 1350억 달러(174조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파악됐다. 간접 피해는 2900억 달러(375조 3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서방 주요국들은 이날 재건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으로 파괴된 인프라를 다시 구축하고 부패를 척결하면 EU 가입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비군사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러시아에 전쟁 책임을 물리고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을 부담케 하겠다고 다짐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는 ‘우크라이나 개혁 회의’라는 이름으로 열린 연례 행사였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스위스 루가노 회의 때부터 명칭을 바꿨다.

이날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13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를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지원금은 낡은 에너지 그리드(전력망) 정비, 항구·철도 등 기반 시설 개선 등에 사용될 것”이라며 “결국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을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민간 투자자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주요 7개국(G7)이 보장하는 전쟁 보험 프레임워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투자하는 민간 기업들에 보험사들이 전쟁 위험 보장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는 것이다. 수낵 총리는 또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우크라이나 기업 협약’에 시가총액 총합 4조 9000억 달러(6340조 6000억 원)에 달하는 38개국 400여 개 기업이 가입했다고 소개했다. 여기엔 BT, 버진, 필립스,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포함돼있다고 영국 정부는 밝혔다.

수낵 총리는 또 2억 4000만 파운드를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지원하고 학교와 병원 등 공공서비스 강화를 위해 3년간 30억 달러(3조 9000억 원) 규모 세계은행 대출에 보증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피해를 다 보상할 때까지 강한 제재를 유지하고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에 사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도 영국 등과 보조를 맞춰서 공공투자은행을 통해 우크라이나 투자 시 전쟁 관련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 메커니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주 발표한 4년간 500억 유로(약 71조 원) 재건 지원 방안에 관해 “필요한 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 동결 자산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곧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가 언젠가 EU에 가입한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면서도 “부패 감소와 사법 개혁을 포함해서 필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부 장관은 올해 우크라이나 인도주의적 지원에 3억 8100만유로(5380억 원)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EU에 적합하도록 재건하는 것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약속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재건은 한 국가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지금 세대와 미래 세대의 세계를 만들고 있고, 이 세계가 자유롭고 민주적일지 여부는 우리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들이 우크라이나가 이미 경제·국방 동맹의 일부란 점을 인정하는 용기를 보이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