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리포트] 외신 “살인적인 킬러문항… 한국 사교육만 호황”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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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등 ‘킬러문항’ 집중 조명
킬러문항 사례·삭제 배경 분석
“가정 형편 좋은 학생에게 유리”
수십 년 동안 입시 학원만 번창

외신들은 한국의 킬러문항 삭제 논란을 중심으로 한국의 사교육 문제를 꼬집었다. 최근 한국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신들은 한국의 킬러문항 삭제 논란을 중심으로 한국의 사교육 문제를 꼬집었다. 최근 한국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삭제 발언을 둘러싸고 한국 정치권에서 논란이 확산되자 주요 외신들도 킬러문항을 집중 조명했다. 일부 외신은 킬러문항 삭제 논란을 보도하며 한국의 대학 입시제도와 사교육 문제까지 집중 분석했다.

■“살인적인 킬러문항”

미국 뉴욕타임스(NYT), 대만 타이페이 타임스, 영국 블롬버그는 킬러문항 자체에 큰 관심을 보이며 킬러문항의 ‘킬러’를 ‘살인적인’이라는 표현으로 빗대 설명하기도 했다.

NYT는 지난 21일 ‘한국, 대학 입학시험에서 킬러문항을 삭제하다’는 기사를 통해 킬러문항과 그 사례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에서 “시험 주제가 한국어였지만, 학생들은 자기 자본과 위험 가중 은행 자산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했다. 또 학생들은 시험의 ‘사회’ 부문에서는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에 대한 3차원 가상 분석을 해독하는 것에 도전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NYT는 매년 수능을 치르는 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흔히 킬러문항이라고 불리는 것에 직면해 있으며 킬러문항은 자신이 속한 섹션 제목과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데다 때로는 공교육 시스템 커리큘럼의 범위 밖에 있는 극도로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대만의 타이페이 타임스는 지난 21일 ‘한국, 킬러문항 포기’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킬러문항의 ‘킬러’를 ‘살인적인’ 또는 ‘악명 높은’으로 표현했다. 타이페이 타임스는 “한국은 입시 제도를 더 공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경쟁적인 수능에 ‘살인적인 질문’을 중단할 예정”이라며 “매년 시험을 만들고 관리하는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대답하기 어렵고 종종 공립학교에서 다루지 않는 악명 높은 문제들을 줄일 것”이라고 전했다.

블롬버그는 킬러문항 삭제의 취지나 원인에 기사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블롬버그는 지난 20일 ‘수능 킬러문항 삭제한다’는 기사에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킬러문항이 시험 변별력을 높이는 쉬운 방법이지만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공정 수능을 위해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기로 했다”며 “킬러문항에 유리한 학생은 집안 형편이 넉넉해 값비싼 사설 학원을 이용할 수 있는 이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19일 열린 당정 협의회에서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19일 열린 당정 협의회에서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킬러문항에 호황 누린 사교육”

이들 외신들은 킬러문항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학원에 몰리면서 한국 사교육 시장이 비약적으로 팽창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명문대에 입학해야 대기업 취업에 유리하다는 한국의 사회 구조적 문제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NYT는 “그 엄격하기로 소문난 수능 덕분에 한국의 사교육 산업은 오랫동안 호황을 누려왔다. 소위 입시 학원은 학생들이 한국의 최고 대학에 들어가도록 치열한 경쟁을 부채질했다. 매년 11월에 실시되는 9시간짜리 수능을 위해 수십만 명의 학생이 입시 학원에 앉아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의 사교육 부문은 입시 학원 덕분에 지난 수십 년 동안 번창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들이 사교육에 26조 원, 약 200억 달러를 지출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10%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블롬버그는 교육 시스템의 불평등이 전 세계적인 논쟁거리이지만 특히 명문대 진학이 소수의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수단인 한국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블롬버그는 “명문대 진학이 대기업 취직에 유리한 수단이다 보니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정규 전일제 수업 외에 국어, 영어, 수학 등 최소 세 과목 이상을 학원에서 집중 수강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더해 지난 몇 년 동안 입시에서 킬러문항이 등장하면서 학생들이 이에 대비하기 위해 예시 문제와 모의고사를 제공하는 학원으로 몰려들었다. 이런 사설 학원들의 수강료가 너무 비싸 국회와 교사 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이들 외신은 올해 수능을 5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서 정부의 킬러문항 출제 배제 지침은 학생들에게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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