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청-의회, 본회의 불참 놓고 갈등 ‘증폭’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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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지원 조례안 등
의회서 공약 줄줄이 부결
구청장 등 전날 통보 논란

부산서구청 건물 전경 부산서구청 건물 전경

부산 서구청과 서구의회가 구청장 핵심 공약을 놓고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구청장 핵심 공약이 줄줄이 부결되면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구청 대표 격인 구청장, 부구청장 모두 본회의에 갑작스레 불참한 것이다.

25일 서구청과 서구의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공한수 구청장과 정태효 부구청장 모두 제272회 서구의회 본회의에 불참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조례안 등 안건과 지난해 결산, 올해 2차 추경 예산안을 최종 의결하는 자리였다.


공 구청장과 정 부구청장은 본회의 바로 전날인 지난 22일 오후 4시께 불참 의사를 구의회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 구청장 경우는 건강 문제로 인한 입원, 정 부구청장은 휴가로 본회의에 불참했다는 게 서구청 관계자 설명이다.

구의회 측은 이들의 갑작스러운 불참을 두고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올해 추경 예산 등 ‘구청 살림’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본회의에 구청 대표 격인 구청장과 부구청장이 모두 불참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공 구청장을 상대로 천마산 모노레일 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늦춰지고 있는 것에 대한 구정 질문도 예정된 만큼 이번 불참이 더욱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구정 질문을 신청한 황정재 서구의원은 “구의회가 대처할 새도 없이 전날 갑자기 불참을 통보했다”며 “천마산 모노레일 사업이 길어지면서 예산이나 현황 등에 대해 질문하려고 했지만,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공 구청장이 구의회에 대한 반발 차원으로 이번 본회의에 불참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 구청장 핵심 공약이 줄줄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뜻이다. 앞서 이번 본회의에서 공 구청장의 핵심 공약으로 꼽히는 ‘서구 암 환자 의료비 지원 조례안’이 부결됐다. 만 65세 이상으로 한정되는 지원 대상에 대한 타당성 부족과 사업비 전액이 구비로 충당되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또한 공 구청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의료 R&D 클러스터’ 관련 사업비 55억 원도 당장 시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구청장 핵심 공약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구 암 환자 지원 조례는 이미 지난 3월에도 구의회에서 부결되는 등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있다. 의료 R&D 클러스터 관련 사업 경우는 막대한 사업비 전액이 모두 구비로 충당된다는 점에서 향후 갈등의 소지가 남아있다.

구청 관계자는 “구의회에서 핵심 공약들이 부결되자 공 구청장이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병원 측 소견에 따라 입원해 불가피해 회의에 불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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