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하게 돌아간 우크라·서방… 균열 커지는 러시아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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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반란 전쟁 전환점 될 수도
우크라, 최대 1km 진격 성공
서방 단일 대오로 상황 예의 주시
자취 감춘 푸틴 피신설 무성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25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바흐무트 인근에서 주력 탱크를 타고 전투 준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25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바흐무트 인근에서 주력 탱크를 타고 전투 준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전방에서 혈투를 벌이던 러시아 바그너 그룹 용병단의 반란 사태에 국제 사회가 긴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바그너 그룹의 반란은 하루 만에 끝났으나 우크라이나 전황은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지에까지 파장을 미칠 수 있어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돈다.

■러 반란 우크라에 새 기회

바그너 그룹 용병단이 반란 이후 존폐 기로에 서게 되자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최전선에 투입돼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바그너 용병은 지상전에서 기동력을 앞세워 우크라이나 방어군을 공략하면서 전세를 러시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4일 무장 반란을 일으킨 이후 바그너 용병단은 더 이상 기존처럼 활약을 벌일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얼마나 많은 바그너 용병이 러시아 국방부의 우산 아래에서 기꺼이 싸울지는 미지수'라고 짚었다. 이어 '용병 부대의 손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야망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그너 그룹의 반란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혼란과 사기 저하를 이용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게 NYT의 관측이다. 실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혼란을 틈타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는 모양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24일 오후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로 이동하는 사이 바흐무트 주변에서 공세를 펼쳐 남쪽과 북쪽 측면에서 600m∼1km까지 진격했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26일 러시아 군부대를 방문했다. 쇼이구 장관은 바그너 그룹의 반란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로이터연합뉴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26일 러시아 군부대를 방문했다. 쇼이구 장관은 바그너 그룹의 반란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로이터연합뉴스

■“혼란 향후 몇 주 더 진행”

바그너 그룹의 반란 이후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서방국가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향후 협력 방안을 강구하는 데 긴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미국 CNN 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의 반란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등과 각각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온 서방 동맹국과 연쇄적으로 접촉하며 단일대오를 재확인하는 모습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의 반란은 푸틴 정권의 약점을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고 서방 국가의 정상들에게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와 관련해서는 "긍정적이고 고무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장거리 무기를 포함한 국방 협력 방안, 내달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관련 조율, 젤렌스키 대통령이 추진 중인 ‘글로벌 평화 정상회의’ 준비 상황 등과 관련된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방 국가도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 상황에 대해 “전에 없었던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며 “혼란이 앞으로 며칠, 몇 주간 더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일간 라프로방스 인터뷰에서 “러시아 진영 내에 존재하는 분열, 군과 보조병력의 취약성 등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일격 맞은 러시아에는 적막감

반란이 끝난 다음 날인 25일 러시아의 ‘심장’ 모스크바에는 쥐 죽은 듯 적막감이 감돌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바그너 그룹을 향해 ‘반역’이라고 핏대를 세웠던 푸틴 대통령 역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소셜미디어에서는 여전히 그가 전용기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피신했다는 추측이 무성하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의 행방조차 추측의 대상이 됐다. 크렘린궁은 그가 수도에서 도망치지 않았다고 밝히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고 짚었다. WP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약해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엘리트나 러시아 내 체첸공화국, 타타르공화국 등의 지도자로부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란 이후 푸틴의 주요 측근도 자취를 감췄다. WP는 '프리고진이 축출하려고 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이날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쇼이구 국방장관은 반란 이후 공개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6일 보도했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에 투입된 러시아 군부대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쇼이구 장관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를 방문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중국은 우방국 러시아를 향한 지지의 뜻을 재확인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중국이 지난 24일 사건과 관련, 국내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한 러시아 연방 지도부의 노력에 지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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