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홋카이도산 꽁치 소비, 지역 수산업 운명 가를 분수령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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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논란에 수산물 반출 급감
고등어 미세먼지 사태 재연 우려
불안감에 홈쇼핑 편성 대폭 축소
방류 진원지 인근 꽁치 조업 관건
예년 수준 판매 땐 괴담으로 인식
판매 타격 땐 피해 장기화도 우려

지난달 25일 부산식약청 실험실에서 진행된 수입식품 방사능 검사 현장점검에서 식약청 직원들이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25일 부산식약청 실험실에서 진행된 수입식품 방사능 검사 현장점검에서 식약청 직원들이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부산지역 수산업체들은 반출량이 급감했다며 하소연한다. 여름철은 수산물 비수기이긴 해도, 소비자들의 구매 기피로 매출이 급감,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산업계는 적극적인 피해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민 신뢰 확보를 위한 철저한 수산물 안전관리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수산물 도매업체 “매출 반토막”

부산에서 수산물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26일 “당장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시험 방류 소식이 있고 나서부터 수산물 반출량이 반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 공장에서 물건을 떼가는 거래처마다 공장을 멈출 수는 없고 최소 인력으로 가동 중이라고 하소연한다”면서 “이러다 고등어 미세먼지 사태 시즌2가 되는 게 아니냐고 겁을 먹고 있다”고 밝혔다. A 씨가 말하는 고등어 사태는 2015년 당시 미세먼지 괴담을 말한다. 보건당국이 중국발 미세먼지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뜬금없이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먼지가 기준보다 25배까지 발생한다고 언급해 고등어 매출이 급감해 관련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현재 수산업계는 비수기다. 탕 문화가 발달한 한국에서는 여름엔 수산물 매출이 줄어든다. 시중에 풀리고 있는 물량도 동남아 어패류와 아프리카산 오징어, 남미 조기 등 오염수와는 거리가 먼 수산물이 많다.

■변곡점은 9월 꽁치 조업 시기

수산업계에서는 오는 9~10월 꽁치 시즌을 오염수 논란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오염수가 방류되는 후쿠시마 바로 위 홋카이도 인근이 꽁치 조업의 주 무대다. 업계에서는 홋카이도 꽁치가 예년 수준으로 판매되면 이번 사태도 괴담 수준으로 끝날 것이고, 꽁치 판매가 큰 타격을 입는다면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한다.

수산물 가공업체 중에서는 당장 물량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업체도 있다. 또 다른 업체 중역인 B 씨는 “오염수가 곧바로 알래스카 쪽으로 이동하는데 이곳에서 나는 명태가 어묵 등 부산의 수산가공품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오염수에 대한 여론이 악화해 북미 등 오염수 경로에서 잡히는 수산물에 대한 집단 거부 움직임이 나오면 명태를 주재료로 하는 가공품 제조업체들은 난감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B 씨는 “국내 양식 수산물을 원재료로 쓰기엔 대부분의 수산가공품은 단가도 맞추기 힘들고, 물량도 부족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피해 지원” “안전 관리가 우선”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가 임박하면서 TV 홈쇼핑에서는 이미 수산물 편성 횟수를 대폭 줄이는 등 수산업계의 피해가 가시화한다. 이에 수산업계는 피해 지원 대책을 요구한다. 부산의 한 수산업계 관계자는 “오염수가 아직 방류가 안 됐는데도 이미 국민들이 불안해하면서 수산물 기피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오염수가 실제 방류되면 많은 수산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내몰릴 수 있어, 이에 대한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수산업계 지원 예산은 예년에 비해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위원이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오염수 바다 방류에 대비한 정부 비축사업(1080억→1750억 원), 수산물 수매 지원(658억→958억 원), 수산업 가치 및 소비 촉진 제고 사업(610억→640억 원) 등은 기존 사업에서 예산을 조금 늘리는 수준에 그쳤다. 즉,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수산업 지원 3대 사업의 예산은 지난해보다 올해 약 1000억 원 늘었다.

현재 정부는 직접적인 피해보상 대신 매출 감소 등 어민들이 입는 피해에 대해선 긴급경영안정자금 융자 지원과 수산금융자금 이자보전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는 “오염수가 방류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예단해서 보상 대책을 만드는 것을 시기상조다. 철저한 수산물 안전관리를 통해 국민 신뢰를 얻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 73명은 지난 16일 피해 어민과 지역을 지원하는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특별법은 피해지역과 피해 어업인에 대한 지원 및 해양환경 복원을 신속하게 한다는 내용이 주요 내용이다. 세부적으로는 △원전오염수재난관리기금 및 국무총리 산하 원전오염수피해복구 특별대책위원회 설치 △특별재난지역 선포 시 의료·방역·방제 등 지원 △어민 대상 폐업지원금 지급 등이 포함됐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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