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 단식·먹방으로 해결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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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쟁으로 수산업계만 피해 확산
국민 불안 해소 위한 정치력 발휘해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야마나카 신스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장(왼쪽)이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설비를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야마나카 신스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장(왼쪽)이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설비를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30일까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설비 검사를 실시한다. 검사가 완료되면 올여름 오염수 방류를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본 내부에서도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가 지난 22일 “나라가 향후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입장’을 특별결의하는 등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15년 오염수에 대해 “관계자의 이해 없이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문서로 약속한 바 있다.

이처럼 갈등 당사자인 일본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지만, 불씨는 바다 건너인 한국 정치권으로 옮겨붙은 양상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주부터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횟집을 찾아 공개 회식 이벤트를 이어가는 등 ‘생선회 먹방’을 찍고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괴담·선동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목적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오염수 방류 저지를 내건 의원 무기한 릴레이 단식에 돌입하고, 다음 달 1일 전국적으로 대규모 장외집회를 계획 중이다. 오염수 문제를 내년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이슈화하기 위한 정치 공세에 총력을 쏟는 형국이다. 하지만, 여야 모두 국민의 불안과 수산업계의 우려는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정치권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정쟁에 골몰하는 사이 직접적인 영향권인 부산과 경남, 전남 등 연안 지역 수산업계만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을 맞은 해수욕장 인근 횟집과 어시장에는 괴담으로 인해 손님이 줄면서 수산물 소비까지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기도 전에 천일염이나 미역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이 확산시킨 루머로 애먼 서민만 피해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방류가 이뤄지면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내년 4월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국내 여야 정치권의 여론전과 사회 갈등은 첨예화될 전망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일각 일초를 다툴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다. 국민의 불안 요인을 해결해야 할 여야 정치권이 한가하게 ‘먹방과 단식’ 정치 코미디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오염수 방류가 현실적 대안”이라며 일본 입장만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본 정부에 자국 내부 갈등조차 해결되지 않은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 국민의 합리적 우려를 전달하고, 방류 연기 및 주변국 설득 노력을 배가하도록 강력하게 촉구해야 한다. 야당도 과도한 괴담으로 국민 불안만 가중시킬 것이 아니라, 미흡한 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야가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합리적 해결책을 찾는 정치력을 서로 발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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