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인류와 지구의 '공동' 오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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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문학평론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생태계에 상당한 문제 유발 우려

인간 중심적인 논의만 진행
지구 환경·생태계 동의 과정 생략

작은 이익 위해 내린 결정이
지구의 안전한 미래 보장 못 해

연일 정치권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두고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괴담’이라고 치부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민의 염려를 앞세우고 있다. 양쪽 모두 자신들의 주장이 옳으며, 상대의 주장은 정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사실 시민 입장에서 보면, 정부의 조치는 합당해 보이지 않는다.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한 면밀한 조사나 검토보다는 정치적 이득을 위해 양보하고 있는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양보’가 아니라 ‘굴욕’이라고 표현할 만큼, 이 쟁점에 대한 정부와 집권 여당의 태도는 무조건 비호 일변도이다.

이러한 현실은 시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책을 확정하기 이전에 정부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국민을 차분하게 설득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가 하는 정책이 대부분 그렇듯, 졸속으로 처리하고 강압으로 밀어붙여, 그사이에 존재했어야 할 국가적 동의는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결과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익의 유무를 떠나, 이러한 정책은 시정되어야 할 정책이 아닐까 한다.

더구나 방류와 얽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권도, 시민들도, 심지어는 학자들도 지적하지 않고 있다. 현재 논의가 오염수 방류가 한국과 주변 국가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되지 않는지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그들의 편을 드는 학자들은 오염수 방류는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쪽은 오염수 방류로 인한 국익의 손실을 걱정하고 있다. 이 역시 어느 한 방면에서 보면, 타당한 논리이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옳든 그르든 간에, 오염수 방류는 생태계에 상당한 문제를 일으킨다. 바닷물에 희석되면 문제가 해소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떠나, 과연 인간이 바다에 그러한 물질을 버릴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다에 사는 고래나 물고기들에게 물어보아야 하고, 바다를 구성하는 많은 주변 환경(설령 무생물일지라도)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인간들 주장에만 치우쳐, 어엿하게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과정 자체를 생략하고 있다. 인간 중심의 논의로만 전 지구적 환경과 생태계 구성원들의 안위와 의사를 결정하는 일은 제고되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오염수 방류는 더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애석한 일이고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 결과물인 오염수를 지금의 형태로 방류하는 선례를 남긴다면 인류는 똑같은 잘못을 또 저지르고 말 것이다. 불행하게 다시 동일 사태가 일어난다면(후쿠시마 원전은 최초의 원전 사고가 아니었다), 그때의 우리는 다시 말할 것이다. “그러면 바다에 가져다 버리면 되지”라고. 원자력 발전소를 지으면 안 된다는 생태적 합의를 더욱 강하게 무시할 것이고, 사고가 발생하면 같은 방식으로 해결해도 좋다는 암묵적인 동의를 내세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작은 이익을 위해 내린 결정이, 과연 인류와 지구의 안전한 미래를 보장하는 결정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오염수의 문제는 버리고 버리지 않고의 차원에서만 논의될 수 없는 문제이다. 미래에 이러한 문제가 일어났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총체적 물음을 함축한 문제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해야 한다. 인간들이 인간 중심의 사고만 가동하여, 그것도 ‘피아’를 간신히 식별하는 ‘소아(小我)’의 경계에서만 전 지구적 문제를 논의하지 않을, 어쩌면 마지막 순간을 놓치지 않을 기회 말이다. 함께 논의한다는 말은, “결정하니 따르라는 말”도 아니고, “우수한 우리가 판단했으니 잘 모르는 너희는 가만있으라”라는 말도 될 수 없다. 그 말은 “인간을 넘어 모든 이들이 함께 숙의하고 그 미래를 강구한다”는 말이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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