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10대 소년, 경찰이 쏜 총에 숨져… 분노의 시위 확산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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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검문 피하려다 총에 맞아
경찰 방아쇠 당기는 영상 유포
마크롱 “용서할 수 없는 일”
전국 규탄 시위로 150명 체포

29일 프랑스 낭테르에서 10대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29일 프랑스 낭테르에서 10대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해 도망치려던 10대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이를 규탄하는 격렬한 시위가 프랑스 각지에서 확산하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AFP통신은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발생해 현재까지 150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전날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지난 27일 경찰관 2명이 도로에서 멈춰 세운 차가 앞으로 나아가자, 운전석을 향해 총구를 겨눴던 경찰관이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이 담겼다. AFP는 영상 속에 “네 머리에 총알이 박힐 거야”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녹음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처음에 운전자가 차를 몰고 경찰관들을 향해 돌진하는 바람에 총을 쐈다고 설명했지만 영상 속 운전자가 빠른 속도로 출발하는 장면만 담겨 거짓 해명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운전대를 잡았던 나엘(17)은 총성이 들리고 나서 수십m를 이동한 뒤 어딘가에 부딪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경찰은 나엘이 교통 법규를 위반했다고 보고 불러세웠다. 나엘이 운전한 차는 렌터카였고, 그 안에는 다른 2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명은 도주했고, 나머지 1명은 나엘과 같은 미성년자로 경찰에 붙잡혀 조사받고 난 뒤 풀려났다.

나엘을 쏜 경찰을 규탄하며 전날부터 시작된 시위는 소년이 사망한 낭테르뿐 아니라 툴루즈, 디종, 리옹 등에서도 열렸다. 이날 자정 이후에는 파리 지역에서도 일어나 진압 경찰 2000명이 배치됐다.

낭테르 주변 지역에서는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쓴 시위대가 보안대를 향해 불꽃과 폭죽을 발사했다. 큰 연기가 피어오르고 수십 대의 자동차와 휴지통이 불에 탔으며 길을 막는 장벽이 세워져 있었다고 AFP는 전했다. 한 건물 벽에는 “나엘을 위한 정의” “경찰이 죽인다”는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었다. 시위대 중 두 명의 남성은 AFP에 “우리는 이렇게 대우받는 데 질렸다. 이것은 나엘을 위한 것이다. 우리가 나엘이다”고 말했다. 이 중 한 명은 자기 가족이 3대째 프랑스에 살았지만 “그들은 우리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파리 남쪽 에손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승객을 모두 내리게 한 뒤 버스에 불을 질렀고 중북부 클라마르시에서는 트램이 불에 탔다. 남부 툴루즈에서는 차량 여러 대가 불에 탔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과 소방관들이 시위대가 던진 물건에 맞았다고 경찰 내 소식통이 밝혔다. 디종과 리옹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당국은 보고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시위에 참여한 150명이 체포됐다며 “시청, 학교, 경찰서가 불에 타거나 공격받는 등 공화국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폭력의 밤이었다”고 비판했다.

시위가 확산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아침 일찍 각료 회의를 소집했다. 앞서 남부 마르세유를 방문하고 있던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설명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법당국이 최대한 빨리 진실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프랑스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는 트위터에 “나의 프랑스가 아프다.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적으면서 유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프랑스는 이번 사건으로 2005년 흑인 소년 두 명의 죽음으로 인해 촉발됐던 폭동 사태가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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