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주역 다 떠난 BIFF… 이제 새 세대·혁신위가 제 역할 해야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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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근 ACFM 위원장까지 사의 표명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실패한 채 퇴진
BIFF “실무진 많아 큰 차질 없을 것”
영화계 “이사장 공백 대행할 인물 필요”
이용관 등 영화제 끝내고 퇴임 주문도

부산국제영화제(BIFF) 창립 주역들이 인사 내홍으로 모두 사의를 표했다. 이제는 올해 BIFF 정상개최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일 열린 BIFF 4차 이사회에 이사들이 참석하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국제영화제(BIFF) 창립 주역들이 인사 내홍으로 모두 사의를 표했다. 이제는 올해 BIFF 정상개최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일 열린 BIFF 4차 이사회에 이사들이 참석하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이사장에 이어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오석근 위원장이 사의를 밝혀 영화제 창립 주역들이 올해 모두 BIFF를 떠나게 됐다. BIFF 창립을 이끈 1세대가 BIFF를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만든 공은 분명하지만, 인사 내홍으로 위기를 초래한 만큼 이제는 혁신위원회와 새로운 세대가 그 공백을 뛰어넘는 역할을 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일 BIFF에 따르면 오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내부 인트라넷 게시판에 사의를 표명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극심한 혼란 속에서도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하고 정비해 BIFF가 재도약의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려 했으나 제 능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걸 절감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종국 운영위원장이 지난달 26일 해촉되고 이 이사장이 사퇴하자 그들의 최측근인 오 위원장까지 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그는 지난 5월 이 이사장이 ‘공동 위원장’ 직을 신설해 조 위원장을 임명하는 과정을 주도했다. 이에 반발한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은 이틀 뒤 BIFF를 떠났다. 결국 이 이사장과 오 위원장마저 BIFF에서 퇴진하면서 BIFF 창립 주역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이 이사장과 오 위원장은 BIFF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이 이사장은 1995년 전양준 전 집행위원장, 고 김지석 전 수석프로그래머 겸 부집행위원장과 함께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김동호 전 이사장 합류를 설득해 BIFF 출범을 이끌었다. 오 위원장은 초대 사무국장으로 BIFF에 합류했고, 이 이사장과 함께 BIFF를 성공 궤도에 올렸다. 하지만 그들은 올해 영화계 안팎의 반대에도 주요 요직에 최측근을 임명했고, 결국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한 채 퇴진하게 됐다.

이에 따라 BIFF는 사실상 새로운 세대가 이끌어야 할 시대를 맞게 됐다. BIFF 측은 경험 많은 실무진이 남은 만큼 올해 영화제 개최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집행위원장을 대행하는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강승아 부집행위원장과 의기투합해 영화제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ACFM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지만 경험 많은 실무자들이 남아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ACFM은 일종의 컨벤션 행사인 데다 작품과 지식재산권(IP) 판매를 추진하는 장이어서 다른 분야보다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석근 오석근

그는 이어 “수입 배급사와 제작사도 출품을 거부할 이유가 없어져 작품 수급은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스폰서 문제에서는 여러 혼란으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최대한 확보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BIFF 내부에서는 이제 올해 영화제 개최에 집중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영화계는 새로운 세대가 영화제 운영을 이어받도록 혁신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은 이사장 공백, 손님 맞이, 재정 문제 등을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BIFF 측은 공개할 수는 없어도 유명 손님 방문은 확정됐다는 입장이지만, 이사장과 위원장 모두 BIFF를 떠난 상태여서 국내외 주요 인사를 맞을 방안도 찾아야 한다.

부산 영화인 A 씨는 “이사장 역할을 대행할 인물이 꼭 필요하다”며 “주요 손님을 맞으면서 BIFF 위상을 최대한 지키고, 예산 문제로 행사가 줄더라도 최대한 잘 치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BIFF 이사회와 집행위원회는 이 이사장이 복귀해 올해 영화제까지 소임을 다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부탁했다. 그들은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발표하며 '이 이사장이 물러나겠다고 밝혔을 때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올해 영화제를 치러내고 명예롭게 퇴임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며 '본인이 감내한 인간적 고뇌를 모르진 않지만, 창설 당시부터 BIFF 성장에 기여한 사람으로서 다시 돌아와 마지막 소임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 역시 올해 영화제를 치른 뒤 퇴진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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