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범죄 피해자, 수사 내용 통보받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도읍 의원, 형소법 개정안 발의
검경 ‘피해자 알 권리’ 고지 의무화
처분 결과·구속 여부 등 통지해야
사건 결론만 알리는 시스템 개선
검,재판 진술권 보장 방안도 마련

지난달 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에서 피해자가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달 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에서 피해자가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제2의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를 막기 위해 범죄 피해자의 알 권리를 강화(부산일보 5월 3일 자 1면 등 보도)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경찰과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가 소외를 받지 않도록 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수사 관련사항을 통지하도록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김도읍(부산 북강서을) 의원은 2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59조의2에 규정된 ‘피해자 등에 대한 통지’ 조항을 피해자의 알 권리 확대 방향으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먼저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는 범죄 피해자에게 사건 관련 사실 등을 통지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는 고지 의무가 생긴다.

현행 법에는 피해자가 신청한 경우에 한해 공소 제기 여부나 공판 일시·장소 등을 알려주도록 돼 있다. 이 같은 권리가 있는 줄도 모르는 대다수 피해자는 수사부터 재판에 이르는 사법 시스템 전반에서 소외를 당해야 했다.

개정안은 또 범죄 피해자가 통지를 신청할 경우 수사기관은 사건 처분 결과, 피의자 구속·석방 여부, 구금에 관한 사실 등 수사 관련사항을 신속하게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공소 제기 여부 등 수사기관이 사실상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낸 이후 결과만 통보하는 현행 사법 시스템에서 나아가 피해자가 수사와 관련된 사항을 포괄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통지 의무를 강화한 것이다.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 여성은 사건 당사자이면서도 수사과정에서 철저히 ‘제3자’로 배제되는 바람에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없었다. 가해 남성의 휴대전화에는 범행 직후 ‘실시간 서면 강간미수’ 검색 기록 등 성범죄를 암시하는 포렌식 결과가 있었지만, 피해자는 1심 재판 전까지는 이런 자료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결국 피해 여성은 개인정보가 가해자에게 넘어갈 위험을 감수하며 손해배상소송을 걸어야 했다. 그제야 수사기관이 수집한 사건 관련 자료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하지만 피해자는 그 대가로 가해 남성의 보복 범죄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피해 여성은 “회복적 사법이 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지 않은 다른 강력 범죄 피해자들도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사법 시스템이 마련되길 간절히 원한다”고 밝혔다.

검찰도 자체적으로 피해자의 재판 절차 진술권을 보장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중대 범죄 피해자에게 재판 절차 진술권의 자세한 내용을 필수로 안내하고, 피해자가 재판부에 제출할 수 있는 의견 진술서의 표준 양식을 만들어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제도다.

대검찰청 송강 기획조정부장은 “피해자 권익이 피의자 인권과 마찬가지로 존중을 받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때”라며 “피해자가 형사 절차의 ‘주변인’이 아니라 ‘주인공’으로서 적극적으로 형사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최근 공판기록 열람·등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사건 재판 기록 열람을 신청하면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일부 예외적 경우에만 이를 제한하는 형태로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