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BIFF 혁신위원회에 바란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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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영 기획취재부 차장

‘인사 내홍’ 일단락 부산국제영화제
제도 개선·비전 수립 등 갈 길 멀어
출범 앞둔 혁신위 활동에 관심 집중
정관 개정 포함 폭넓은 쇄신안 기대

지난 5월 불거진 부산국제영화제(BIFF) 인사 내홍이 최근 열린 이사회와 임시 총회에서 일단락됐다. 문제의 시발점이 된 신임 운영위원장 인사에 대한 해촉안이 지난달 26일 개최된 총회에서 과반 찬성으로 의결됐다. 영화계가 요구하던 사태 해결의 첫 단추는 끼워진 셈이다.

이번 사태로 터져 나온 BIFF의 해묵은 문제들은 이제 혁신위원회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영화계에서는 혁신위 구성에서부터 연령, 성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BIFF 쇄신 방안에 젊은 시각과 젠더 감수성을 반영한 폭넓은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 같은 인원 구성의 다양성 확보는 차기 이사회와 집행위원회를 꾸릴 때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이와 관련, 지역의 한 30대 영화인은 "BIFF 혁신위가 차기 임원진 선출에서 남녀 동수에 준하는 인원 구성을 이뤄낸다면, 국내는 물론 아시아 영화제에서도 주목 받는 성과가 될 것"이라며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선도적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는 기회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젊은 영화인들은 간담회에 참석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의견을 제시해도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들러리를 서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참여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새로 출범하는 혁신위는 20대, 30대 젊은 영화인들의 의견도 기꺼이 수렴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BIFF가 새로운 비전을 만들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3일 열린 BIFF 혁신위 준비위원회 회의에서는 △BIFF 이사 1인 △부산시 1인 △부산 영화인 2인 △서울 영화인 2인 △부산 시민단체 1인 총 7인의 위원 구성안이 제시됐다. 이들은 향후 꾸려질 BIFF 이사회와 집행위원회, 집행부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영화계에서는 준비위가 적합한 인물로 혁신위를 제대로 꾸리지 못할 경우 또 다른 갈등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준비위 측은 오는 7일까지 영화계와 시민단체로부터 추천인을 받아 다음 회의에서 혁신위 인원 구성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혁신위 의제 설정도 이뤄진다.

현재 영화계가 제시하는 가장 시급한 의제는 (사)부산국제영화제의 정관 개정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독단 인사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이사장 1인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기존 정관의 허술함 탓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영화계는 이사장 중심의 현 체제가 집행위원장 중심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사장 선임과 이사회 구성 방식 등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한 시점이다. 당장 공석이 된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을 어떻게 뽑을 것인지부터 논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운영위원장직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땜질 식으로 개정된 집행위원회 운영 규정에 대한 손질도 필요하다.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지난달 13일 열린 BIFF와의 간담회에서 “운영 규정과 같은 지침 개정만으로는 논란이 된 운영위원장직 신설에 대한 당위성과 타당성을 찾기 힘들다”고 질타한 바 있다. 혁신위는 현재 규정에 남아있는 운영위원장직에 대한 필요성을 재논의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인사 내홍의 원인과 결과를 다시 한번 짚어보고,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번 인사 내홍 사태는 BIFF 내부에 누적된 불합리한 조직 운영의 결과가 외부로 터져 나온 것이다. 2014년 ‘다이빙벨 사태’처럼 정치적 외압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BIFF 흔들기’로 규정하는 등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일부 왜곡된 시선이 있다. 올해 28회를 맞는 BIFF가 그동안의 외압과 내홍을 딛고 명실상부한 시민의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애쓰는 이 시점에 정치적 편 가르기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혁신위 활동 역시 외부 간섭 없이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 받는 것이 우선이다.

다행히 지난달 30일 BIFF 이사회와 집행위원회도 입장문을 내고 “추후 구성될 혁신위원회 운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필요한 권한도 부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또 “이사회와 집행위원회도 이번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며 “책임을 통감하면서 앞으로 구성될 혁신위의 활동을 적극 뒷받침하는 한편, 혁신안의 통과와 함께 새로운 이사장 체제가 준비되면 거취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사회와 집행위원회의 적극적인 지지 아래 혁신위가 BIFF의 새 비전을 정립하고, 올해와 내년 영화제는 물론 다가오는 30주년 행사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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