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삼2구역 조합원들 “현관문에 쇠봉 박아 졸지에 난민 신세 전락”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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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린의 뜰’ 시공사 유치권 행사
조합 측 “추가 공사비 등 부당”
조속 해결 요구 ‘단체행동’ 예고
일각선 ‘재물손괴죄’ 해당 주장도

부산 영도구 동삼동 ‘오션라이프 에일린의 뜰’ 조합원 세대 현관문을 쇠봉으로 막은 모습. 독자 제공 부산 영도구 동삼동 ‘오션라이프 에일린의 뜰’ 조합원 세대 현관문을 쇠봉으로 막은 모습. 독자 제공
4일 오후 부산 영도구 동삼동 ‘오션라이프 에일린의 뜰’ 아파트 앞에 시공사인 아이에스동서가 유치권 행사 중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종회 기자 jjh@ 4일 오후 부산 영도구 동삼동 ‘오션라이프 에일린의 뜰’ 아파트 앞에 시공사인 아이에스동서가 유치권 행사 중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건설비 갈등으로 현관문을 쇠봉으로 틀어막은 시공사 탓에 100명이 넘는 입주민이 갈 곳이 없어져 졸지에 ‘난민’ 신세가 됐다. 시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조합은 조속한 해결책을 요구하며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4일 부산 영도구 동삼2구역 조합에 따르면, 조합원 60여 명은 10일, 13일 이틀간 ‘오션라이프 에일린의 뜰’ 시공사 아이에스동서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집회를 통해 아이에스동서가 요구하는 추가 공사비 171억 원과 그에 따른 유치권 행사가 부당하다고 알린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에스동서 부산 사무소에도 항의 방문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삼2구역 조합 관계자는 “부산시청과 영도구청에도 찾아가 아이에스동서의 부당함을 알릴 계획”이라며 “대기업이 부리는 횡포로 서민이 괴로워하는 일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눈앞에 집을 두고도 두꺼운 쇠봉에 가로막힌 대다수 조합원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입주 예정일에 맞춘 계획들이 모두 엉망이 됐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속출한다.

김성경(44) 조합원은 “전입신고가 안 돼 초등학생 자녀 전학을 못 시키는 상태”라며 “입주 예정일에 맞춰 기존에 살던 동네 학교와 학원도 모두 그만둔 상태인데, 언제 사태가 해결될지 몰라 아이들도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당장 잘 곳이 없어진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정명규(76) 조합원은 “7월 10일 자로 전세 계약이 끝나는데, 갈 곳이 없어서 장기 숙박이 되는 여관을 알아보고 있다”며 “새집 마련에 가슴이 부풀었는데 날벼락을 맞은 것 같다”고 전했다.

아이에스동서처럼 시공사가 유치권 행사 차원으로 현관문 앞에 쇠봉을 박아 입주를 막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서울 양천구 ‘신목동 파라곤’ 경우에는 해당 시공사가 조합과 건설비 갈등을 빚자 아파트 입구에 컨테이너 박스를 놔두는 정도로 유치권을 행사했다.

일각에서는 아이에스동서가 현관문 앞에 쇠봉을 박은 것을 두고 재물손괴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시행사 격인 조합이 사실상 건축주인데, 아이에스동서가 쇠봉을 박는 과정에서 벽을 뚫는 등 타인의 소유물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성연 측은 “건축 중인 건축물의 건축주는 통상적으로 조합”이라며 “그럴 경우 쇠봉을 박는 행위가 재물손괴죄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악의적인 의도가 아닌 추가 공사비를 받기 위해서 쇠봉을 박은 것”이라며 “당연히 모든 사태가 해결되면 원래대로 복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월에 추가 공사비 관련 서류를 조합에 모두 제출해 정상적인 입주가 가능하도록 조처했다”며 “당시 조합 측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다가 정상적 입주가 어려워지자, 시공사를 악덕 기업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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