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지금 전기차 사도 될까요?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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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진 서울경제팀장

차량 교체 소비자 전기차 구매 고민 늘어
‘화재’ ‘충전’ ‘가격’ 등 관련 불만 잇따라
리튬이온 대신 전고체 배터리 도입해야
급속충전기 지방·휴양지 확대 설치 필요

“지금 전기차를 사도 될까요?”

자동차 분야 취재를 하면서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차량 교체를 앞두고 있는 이들 사이에선 최근 ‘뜨고 있는’ 전기차를 택해야 할지,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차를 사야 할지 고민이라는 것이다. 전기차 구매 걱정은 이랬다. “화재가 자주 나는데 괜찮을까요”, “충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보조금 받아도 찻값이 비싸 보여요” 등이다.

물론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에 비해 장점이 많다. 먼저 소비자들 입장에선 기름값에 비해 저렴한 충전요금이 구미를 당기게 한다. 찻값이 조금 비싸도 몇 년만 타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2개월 전 올린 정부의 전기차 충전요금을 가솔린차와 비교해 보면 급속충전시 전기차 유지비는 가솔린차의 45% 수준이고, 완속충전시에는 가솔린차의 35% 선이다. 가솔린차가 연료비로 10만 원 정도 들 때 같은 주행거리 이동 시 급속충전은 4만 5000원, 완속충전은 3만 5000원이면 된다.


또한 전기차가 가솔린차나 디젤차에 비해 정숙성이 뛰어나고 대기 환경 개선에 일부 도움을 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들은 탄소중립을 앞세워 향후 10년 내 신차의 절반 이상을 전기차로 채우고, 내연기관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경고에서 그치지 않고 벌금 등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가 조만간 ‘대세’로 가는 모양새이지만 위에서 열거한 우려를 외면하고 당장 전기차를 사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 특히 국내 전기차 보급 확대 속에 잇따르고 있는 화재는 전기차 시장 확대의 최대 걸림돌이다. 전기차는 한 번 불붙기 시작하면 화재진압이 어려운 특성이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순식간에 불이 치솟는 이른바 ‘열 폭주’ 현상 때문이다. 설령 화재가 진압됐다고 해도 몇 시간 뒤에 다시 불씨가 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최로 가진 ‘전기차 보급 확대와 안전’ 주제의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전기차는 화재가 나면 진화를 해도 5~6시간씩 타버려 그냥 두는 수밖에 없다”, “화재가 난 배터리는 수조에서도 탈 정도”라고 했다.

4일 경기도 광주시에서 발생한 국내 모 제조사 전기차 화재의 경우 차량이 옹벽을 들이받으며 불길이 치솟았고, 배터리 과열로 진화가 쉽지 않아 이동식 소화수조까지 동원한 끝에 2시간 45분여 만에 진압했다. 운전자는 미처 탈출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보급된 전기차 수는 39만 대이며, 화재 사고 건수는 지난해 44건, 올 들어 4월까지 31건이 각각 발생했다.

국산 자동차 제조사의 안전담당 한 임원은 “전기차 화재 시 차량 내 운전자나 탑승객이 대피할 수 있도록 차량 안팎에서 차 문 개방이 쉽도록 하고 화재 확대가 지연되도록 하는 구조 설계 등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학계에선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액체 전해질이어서 화재에 취약한 만큼 고체 전해질 배터리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선 아직 보급 가격과 기술적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아 당장은 해답이 없는 분위기다. 일단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토요타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충전 불편도 이만저만 아니다. 얼마 전 만난 한 전기차 소유자는 “고속도로에서 장거리 이동 시 충전을 해야 되는 상황이면 앞에서 달리고 있는 전기차를 추월하고 본다”고 했다. 앞 차가 충전기가 있는 휴게소에서 선점할 경우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충전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하 화재 우려로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는 아파트도 있고, 지상 도로를 주차장으로 용도 변경해 충전기를 설치해달라는 민원도 지자체에 잇따르고 있다.

이에 정부는 80% 충전까지 수십 분 만에 이뤄지는 급속충전기를 확대 중이라고 하지만 이마저도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 중소도시나 바닷가나 산 등으로 출장·여행 시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얼마 전 기자가 전기차 시승 중 강원도 양양에서 직접 충전에 나섰다가 충전앱 가입과 카드 승인, 충전 시작까지 2시간, 30% 충전에 3시간 40분 등 충전을 위해 온전히 6시간가량 기다리면서 ‘전기차는 많은데 안정화되려면 아직 멀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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