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리셉션·홍보 모두 부산과 리야드는 극적으로 달랐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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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화 부산상의 회장이 들려준 엑스포 ‘파리 4차 PT’ 뒷이야기

사우디, PT 외 다른 행사 무신경
르노그룹까지 활용 부산과 대조
사우디 리셉션에 한국 초대 않아
PT 현장서 지각한 건 리야드 쪽

부산상의 장인화 회장 등 경제사절단이 지난달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 한국문화제 테이스트 코리아 부산 특별전’에서 현지 홍보단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상의 제공 부산상의 장인화 회장 등 경제사절단이 지난달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 한국문화제 테이스트 코리아 부산 특별전’에서 현지 홍보단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상의 제공

“프레젠테이션(PT)에서도, 리셉션에서도, 홍보 행사에서도 모두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압도했죠!”

지난달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의 2030월드엑스포 4차 PT는 그야말로 불꽃 튀는 경쟁의 무대였다. 부산의 맹추격에 직면한 리야드의 견제에 다급해진 이탈리아 로마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며 부산에서는 연일 화제가 만발했다.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파리로 날아간 부산상공회의소 장인화 회장이 전한 무대 뒤 이야기는 그래서 한층 더 흥미롭다.

장 회장은 “평소 1박에 70만 원 하던 호텔 객실 가격이 180만 원까지 치솟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BIE 총회 4차 PT 당시 파리에서는 빅이벤트가 잇따라 열리는 중이었다. PT 행사 직전에 대형 에어쇼가 막을 내렸고, 행사 와중에는 국제적인 패션 행사까지 겹쳤다. 불과 한 달 사이에 폭력 시위로 아수라장이 된 모습이 상상되지 않을 정도다.


장회장은 장시간 비행에도 행보를 줄이지 않은 박형준 부산시장의 체력에는 혀를 내둘렀다. 그는 “운동을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일정을 같이 맞추느라 발에 물집이 잡힐 정도였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장 회장과 부산 경제사절단을 놀라게 한 건 사우디의 유치 전략이었다. 오롯이 PT에만 모든 걸 쏟아붓는 식으로 홍보행사를 일절 배제한 것이었다. 강서구에 있는 부산 공장의 인연을 매개로 프랑스의 ‘국민차’ 르노그룹까지 끌어들여 현지에서 대대적인 홍보와 문화 활동을 펼친 부산과는 대조적이었다.

장 회장은 “사우디는 ‘우리는 표만 보고 간다’는 식으로 콘셉트를 잡은 모양이더라”면서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통역 없이 진행된 영어 PT를 진행하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사우디의 빈살만 왕세자는 리셉션만 진행하고 곧장 귀국하는 등 VIP의 행보도 달랐다”고 전했다.

사우디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한국의 유치 전략은 파리 현지에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장 회장은 “윤 대통령 주재 리셉션에는 4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한국 측 인사는 아무도 초대받지 못한 걸로 알려진 사우디 리셉션과 달리 한국의 리셉션에는 사우디 왕실 공주도 한 명 참석했다”며 “사우디 지지를 선언한 프랑스이지만 현지에서도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의 전략을 마뜩잖아하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유튜브발 가짜뉴스로 밝혀진 윤 대통령의 지각 논란도 현장에 직접 다녀온 그에게는 그저 해프닝이다. 장 회장은 “윤 대통령은 발표 시간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PT 영상과 함께 대통령이 등장할 시점을 고심하다 동선이 꼬여 부산 홍보 영상 앞부분이 한 차례 반복 재생된 것을 두고 말도 안 되는 억측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오히려 대놓고 지각하는 결례를 범한 건 리야드였다. 국내에서는 이게 와전됐더라”며 “리야드 PT를 기다리느라 현장에서는 다들 아무것도 못 하고 20분 넘게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사우디가 2030월드컵 유치 신청을 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만큼 부산이 막판까지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장 회장은 짚었다. 그는 “사우디가 엑스포와 월드컵, 둘 다에 덤벼들었다가 월드컵 신청을 철회하면서 엑스포에 올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간 장 회장은 부산 수출제조업계의 맏형 격인 르노코리아자동차에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르노그룹 본사는 프랑스 정부의 입장과는 별개로 부산 홍보를 위해 래핑 차량을 지원해 줬기 때문이다. 부산상의가 앞서 국무총리실과 르노코리아의 만남을 추진한 데 대한 답례인 셈이었다. 장 회장은 “내가 총리실과의 규제혁신 미팅에 르노코리아를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이게 PT행사에서 르노그룹 부회장이 직접 나서는 계기가 됐다”며 “르노코리아가 겪는 수출의 어려움을 총리실에 전하고, 부산에서도 전기차 생산 투자유치 방안을 서로 협력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20일 파리 르노그룹 본사에서는 장 회장을 포함해 박 시장과 르노그룹 귀도 학 부회장 등이 한 차례 회동을 가졌다. 부산시는 이 자리에서 기존에 발표됐던 부산 공장의 전기차 생산 규모를 20만 대에서 더 늘려 달라고 르노그룹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은 “정부와 르노코리아 양측이 실효성 있는 논의를 이어가면 머지 않아 가시적인 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제대로 성사된다면 엑스포 유치 활동과 별개로 부산이 좋은 투자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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