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어지럼증, 원인만 잘 파악하면 절반은 치료한 셈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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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뇌경색…
원인 질환 다양해 의사도 까다로운 질환
신경과? 이비인후과? 판단하기 어려도
뇌나 귀 등 원인 따라 치료 방법 달라져

어지럼증은 의사 입장에서도 까다로운 질환인다. 환자 입장에서도 어느 진료과에 가야 하는지 헷갈리기 일쑤다. 어지럼증은 의사 입장에서도 까다로운 질환인다. 환자 입장에서도 어느 진료과에 가야 하는지 헷갈리기 일쑤다.

‘빙글빙들 돈다, 회오리치듯 어지럽다, 중심을 못 잡고 쓰러질 것 같다, 정신을 잃을 것처럼 아득하다….’

어지럼증은 의사 입장에서도 까다로운 질환이다. 증상이 비슷비슷해서 구분이 어렵고 헷갈린다. 그래서 어지럽다는 한마디 말로는 설명이 사실 어렵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도 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뇌경색 등 아주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환자 입장에서도 이비인후과를 가야 할지, 신경과를 가야 할지를 몰라 헤매기 일쑤다. 원인을 찾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환자들이 아주 많다.

어지럼증은 크게 중추성 어지럼증과 말초성 어지럼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중추성 어지럼증은 뇌졸중이나 뇌종양 등과 같이 뇌의 문제에 의해 발생하는 어지럼증이며, 말초성 어지럼증은 귀에 있는 전정신경이나 달팽이관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어지럼증이다.

BS숨이비인후과 김동조 원장은 “어지럼증 증상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만 하면 치료는 절반 이상 성공한 셈이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특정한 상황이 있는지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석증-제자리 이탈한 결석

귀 안에는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작은 결석이 있는데 이를 ‘이석’ 이라 부른다. 이석의 원래 기능은 수직, 수평 방향으로의 가속성을 감지 우리 몸의 균형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이석은 난형낭과 구형낭이라는 기관에 존재하는데 그것이 제자리에서 이탈해 세반고리관으로 빠져나오면 움직일 때마다 심한 어지럼증이 유발된다. 이석증 환자는 머리를 움직이는 검사를 시행할 경우 매우 심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구토를 하고 심한 경우에는 소리를 칠 정도로 힘들어한다.

이석증의 정식 의학 명칭은 ‘양성 돌발성 두위 현훈’(또는 양성 발작성 어지럼증)이다. 양성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증상에 비해 예후는 비교적 양호하다. 이석증의 경우 이석이 제자리에서 이탈해 발생했기 때문에 다시 자리를 찾아 주는 이석정복술을 통해 치료를 한다. 빠져나온 위치에 따라 이석정복술로 회복되는 확률은 40~90% 정도이며 경우에 따라선 여러 차례 이석정복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메니에르병-귀가 먹먹한 어지럼증

어지러움이 발생하면 대개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뇌경색인가’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그래서 귀가 먹먹하면서 어지럼증이 발생하더라도 귀가 먹먹한 증상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메니에르병은 달팽이관 내부의 림프액 압력이 증가하면서 귀가 먹먹하고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귀가 먹먹한 증상은 청력저하, 이명 등으로 느껴지기도 하며 어지럼증은 두통이나 멍한 느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배우 한지민, 유지태 등이 앓았던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고염분 식이와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는 젊은 층에서도 자주 발병하는 질환이다. 치료는 저염식과 카페인 감량 같은 식습관 교정이 우선이며, 이뇨제 복용을 통해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치료가 어려워서 오랜 기간 고생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러나 발병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효율적인 치료를 하면 빠르게 좋아지기도 한다.

귀가 먹먹하거나 이명이 동반된 어지럼증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메니에르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 중 돌발성 난청이 있는데 초기에는 돌발성 난청과 메니에르병의 정확한 감별이 어려울 수도 있다. 돌발성 난청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청력이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BS숨이비인후과 김동조 원장이 어지럼증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내시경으로 외이도 및 고막을 검사하고 있다. BS숨이비인후과 제공 BS숨이비인후과 김동조 원장이 어지럼증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내시경으로 외이도 및 고막을 검사하고 있다. BS숨이비인후과 제공

■전정신경염-회전성 어지럼증

달팽이 모양을 하고 있는 달팽이관(와우)은 소리를 듣는 기관이다. 그리고 달팽이관과 바로 붙어 있는 기관이 전정기관이다. 달팽이관에는 청신경이 연결되어 뇌로 소리감각을 전달해 주고, 전정기관에는 전정신경이 연결되어 뇌로 평형감각을 전달해 준다. 청신경과 전정신경은 바로 인접해 있는 신경이다. 이 전정신경에 미세한 감염이 생긴다면 우리 몸에서 균형을 잡아 주는 기능에 문제가 생겨 회전성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귀 증상이 동반하는 메니에르병이나 머리 움직임에 따라 악화되는 이석증과 달리 전정신경염은 단순 어지럼증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전정신경염에서의 가장 중요한 치료는 전정재활치료이다.

어지럼증의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약물의 경우 신경안정제 계통이 대부분이다. 신경안정제는 근본적인 치료라기 보다는 증상을 경감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장기간 복용하면 오히려 전정기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어지럼증 약 복용 후 잠이 오고 기운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호소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정재활치료를 통해 전정기능의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 근본적이며 가장 효율적인 치료라 할 수 있다.


■뇌에 문제가 있는 중추성 어지럼증

중추성 어지럼증은 뇌에 발생한 병적인 변화로 인한 것이다. 뇌경색, 뇌출혈, 뇌종양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말초성 어지럼증에 비해 증상은 약한 편이지만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시간이 지나도 잘 호전이 되지 않는다.

신경학적 증상이란 감각저하, 발음장애, 보행장애, 의식장애, 편마비 등을 말한다. 이런 증상이 동반된 어지럼증의 경우 응급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김동조 원장은 “대부분의 어지럼증은 환자가 움직일 경우 심해지고 움직이지 않으면 가라앉는 특징이 있다. 갑자기 발생한 어지럼증이 편측마비나 발음장애 등의 증상을 동반하면 이는 뇌졸중을 시사하는 증상이기 때문에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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