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한, 우크라 무기 지원 압박에 난감”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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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동맹국 지속적으로 요청
러시아 제재·내년 총선 영향 우려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한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한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러시아 침공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 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국들이 한국 정부에 무기 지원을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다며 11일 개막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그 상황을 조명했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반격 작전을 벌이면서 동맹국들의 생산 속도를 넘어선 속도로 탄약을 소진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의 갈등이 미해결 상태로 언제 총알이 필요할지 모르는 한국은 대규모로 비축한 무기고를 조심스럽게 지키는 상황이라고 BBC는 전했다.

러시아 침공 이후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한국에 무기 지원을 압박해 왔다. 우크라이나의 직접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드미트로 포노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BBC에 “한국의 무기가 전쟁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최근 한국 언론에 “우크라이나는 70년 전 한국과 비슷하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한국은 표면상 전쟁 중인 국가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국내 정책을 들어 지원에 선을 그어왔는데, 내면으로는 연간 교역량이 270억 달러(약 35조 원)이고 북한을 견제할 수 있는 러시아를 적으로 돌릴까 우려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한국의 한 외교관은 이 방송에 “러시아 측은 무기(지원)가 레드라인이며 만약 이를 넘으면 보복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BBC는 한국이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 비축량이 줄어든 국가에 무기를 판매하는 더 편안한 접근법을 취했다면서 “미국에 수십만 발의 155mm 포탄을 제공할지 고심 끝에 이제 비공개 매각이 합의됐다”고 전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브뤼셀자유대학 한국학 석좌교수는 “한국 정부가 자국 살상 무기가 우크라이나에서 자신들도 모르게 쓰이고 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을 놓고 한국에선 민주주의와 자유 수호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찬성론과 러시아의 보복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한편 BBC는 “한국 정부가 걱정하는 것은 러시아가 아니다”고 한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내년 총선에서 정부는 야당에 어떠한 공격의 빌미도 제공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국인 56%가 무기 지원에 반대하고 42%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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