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오늘도 교실은 ‘코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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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 부산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 성전초 교사

“선생님 잠깐만요! 왼쪽 말고 오른쪽! 오른쪽으로 90도 회전!”

민수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전달된 코딩 명령어대로 로봇 역할을 맡은 선생님(이하 선생님 로봇)은 다시 오른쪽으로 90도 회전한다. “삐리 삐리~ 명령어를 잘못 입력받아 움직임을 종료합니다. 삐리 삐리~” 선생님 로봇을 움직여 사탕을 집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민수는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 앉는다. 언플러그드 기초 코딩 수업이 한창인 우리 반의 풍경이다. 아이들은 자기 마음대로 선생님 로봇을 움직일 수 있다는 말 한마디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다. 알맞은 코드 입력에 성공해서 사탕을 받으려는 아이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선생님 로봇을 골탕 먹이려는 게 목표인 장난꾸러기들도 있다. 어찌 됐든 자신이 내린 명령어에 따라 선생님이 로봇처럼 우스꽝스럽게 움직인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흥미로운 학습 동기가 되는 듯 하다.

급격하게 변하는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교육의 일환으로 학교에 코딩교육이 도입됐다. 4차 산업 혁명은 넓게는 사회 구조를 바꾸고, 좁게는 학교교육과정을 바꾸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에서는 부산형 코딩교육을 도입해 6학년에서만 실시하던 코딩 수업을 올해부터는 4학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딩 교육에 필수 기기인 테블릿 PC나 노트북을 초등학교 4학년 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개별 지급했다. 개인 노트북, 테블릿 PC를 활용해 코딩 프로그램의 캐릭터를 움직이는 명령어를 입력하는 등 학생들이 코딩에 친근하게 접근하고 있다. 기기가 없던 학생들도, 코딩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도, 일찍이 코딩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모든 준비가 완료된 것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점이 남아있다. 교사의 준비다. 학생들이 코딩 수업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코딩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코딩을 연구하고 수업에 적용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 교사들의 학창시절에는 코딩이 정규 교육과정에 없었고, 아직도 누적된 교육 자료가 풍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선생님들이 코딩 관련 연수를 신청하고, 퇴근 이후 시간을 각종 연구회와 소모임을 통해 교육 자료를 공유하고 수업 연구를 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선생님도 열심히 코딩을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에 민수가 눈을 반짝인다. “코딩 입력을 다시 해볼까?” 아이들이 분주하게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미래 교육을 위한 현재의 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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