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손 거쳐 ‘학급별’ 아닌 ‘과목별’ 교실 재탄생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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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앞두고
브니엘고 등 21곳 공사 돌입
과목특성 반영 ‘모둠활동실’ 눈길
스터디카페 등 ‘감성 공간’ 지향
과목선택권 확대 위한 제도 ‘다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이해 돕기도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학교 공간이 변신하고 있다. 대형강의실 베리타스홀에서 발표 수업을 진행중인 브니엘고. 부산시교육청 제공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학교 공간이 변신하고 있다. 대형강의실 베리타스홀에서 발표 수업을 진행중인 브니엘고. 부산시교육청 제공

2025년 고등학교 교실은 큰 변화를 맞는다. 학생이 필요한 과목을 찾아 공부하고 진로를 개척하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교실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한 방향으로 칠판을 바라보는 기존 교실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교실이 등장하고 있다.

■학생이 직접 꾸민 학교

지난달 22일 오전 10시 부산 금정구 브니엘고 베리타스홀. 영화관을 연상케 하는 계단식 의자가 3층 높이로 펼쳐진다. 교실 가장 왼쪽의 학생이 교실 가장 오른쪽 학생을 볼 수 있도록 나선형으로 굽은 형태다. 해외 대학 강의실을 연상케 하는 강의실은 올해 고교학점제에 대비해 대공사를 거쳤다. 학생 130명이 모여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고 고교학점제 교양 과목인 ‘영화감상과 비평’도 베리타스홀의 취지를 살려 인기 과목으로 등극했다.

학교 곳곳에 있는 모둠활동실은 학생들의 주제별 수업을 돕는다. 교실 내부 모둠 공간에 별도의 컴퓨터, 발표 화면이 설치돼 있고 자신들의 발표 내용이 교실 가운데 화면에 업로드 된다. 모둠 수업을 위해 책상을 옮기던 과거 교실은 더 이상 없다. 모둠활동실에서는 국어, 사회, 수학, 영어 통합교과로 지역 현안을 찾아 정책 제안을 하는 정책제안서 쓰기 활동, 1학년 교양수업인 공동 시나리오 쓰기 수업이 열린다. 각 과목 교사들은 교실의 특성과 과목 특성, 학생 선호를 반영해 공간을 사전에 예약한다.

학교의 변신에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했다. 지난해 7월 학생참여단이 꾸려졌고 학생들이 주로 활용하는 스터디 카페, 발표실 조성 과정에 학생들이 원하는 구조를 발표했다. 딱딱한 독서실 분위기 대신 스터디카페를 연상케 하는 자습 공간, 교실과 교실 사이에 여유 공간에 학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테라스와 누울 수 있는 소파가 놓인 공간은 학생 아이디어의 결과다.

부산에서는 브니엘고뿐 아니라 경혜여고, 센텀고 등 21곳의 학교가 올해 고교학점제에 대비해 공사에 들어갔다. 센텀고 ‘포켓 도서관’은 학교 복도 공간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고, 경혜여고 1층 커뮤니티센터에서는 학생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함께 탁 트인 공간에서 고민 상담을 하기도 한다.

학생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한 센텀고. 부산시교육청 제공 학생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한 센텀고. 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시교육청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부산 지역 53개 학교를 고교학점제 맞춤형 공간으로 탈바꿈 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23곳, 올해 21곳, 내년 9곳의 학교가 변신을 했거나 준비 중이다. 에듀테크 기기가 교실마다 설치되고 원형 교실, 계단식 교실 등 교실 형태부터 친숙한 분위기의 상담 공간 등도 고교학점제의 연착륙을 위해 조성된다. 학습 공간, 지원 공간, 공용 공간 등 크게 3가지 공간 조성이 핵심인데 학습 공간의 경우 최첨단 에듀테크 기계가 설치되고 계단, 원형 등 교실의 형태가 변화된다. 지원공간은 교무실에 인접한 공간에 학생 참여률을 높일 수 있는 상담실이 설치되는 식이다. 공용공간은 스터디카페, 독서실 등이 단순한 학업 공간을 넘어 ‘감성 공간’을 지향하는 만큼 카페 형태의 리모델링이 특징이다. 시교육청이나 설계 업체에서 천편일률적으로 학교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대신 공간을 실제 사용할 예정인 학생, 교사가 직접 공간 조성에 참여한다.

브니엘고 이현철 교사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생길 수 있는 ‘공강’(수업과 수업 사이 빈 시간)을 활용하기 위한 휴식 공간, 다양성을 존중하는 고교학점제 특성에 맞게 다양한 활동에 적합한 학습 공간을 구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학생들이 그린 공간인 만큼 실제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유휴공간을 활용해 학생 학습공간을 조성한 센텀고. 부산시교육청 제공 유휴공간을 활용해 학생 학습공간을 조성한 센텀고. 부산시교육청 제공

■이미 시작된 고교학점제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획일화 된 수업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공부하면서 적성과 소질을 발견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1학년 때 공통교과목을 배운 뒤 2·3학년 때 본격적인 선택수업을 하는데, 주로 2학년은 일반선택과목, 3학년은 진로선택과목을 수강하는 식이다.

2020년 마이스터고, 올해 특성화고를 거쳐 일반계고로 점차 확대하고 있는 고교학점제는 2년 뒤 국내 모든 고등학교에서 전면 시행된다. 일반계고의 경우 내년에 입학하는 1학년부터 기존 204단위(주 34교시)에서 192학점(주 32교시)으로 전환되며, 2025년에는 1~3학년 전체가 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실시한다.

학부모 입장에선 갑작스러워 보이지만 학교 현장은 이미 2018년부터 선택형 교육과정 등을 통해 고교학점제에 대비해왔다. 부산도 시교육청 주도로 학생들의 과목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인접한 2~4개 학교가 공동으로 과목을 개설하는 ‘플러스 교육과정’을 비롯해, 개설이 쉽지 않은 과목은 온라인 방식의 ‘바로교실’을 운영하고, 예체능 교과목이나 실험 기자재가 필요한 융합수업의 경우 지역대학과 연계하기도 한다.

시교육청은 학부모, 학생의 고교학점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고교학점제 메타캠퍼스’를 마련했다. 고교학점제 메타캠퍼스는 메타버스 가상공간에서의 고교학점제 체험을 통해 학생·학부모·교사의 고교학점제 이해도를 높이는 목적이다. 학생들은 진로, 적성에 맞게 학업 설계를 할 수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메타캠퍼스 월드맵, 사용법 교육장, 전시관, 본관, 진로체험관, 연수원. 회의실 등 7개 맵, 23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본관에서는 고교학점제 관련 다양한 자료와 OX 퀴즈를 할 수 있고 진로체험관에서는 진로 학업 설계를 위한 자기 이해·직업 이해·과목 이해 등 체험자료를 만날 수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신청을 통해 학교행사나 수업 시 활용하도록 대여도 가능하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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