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영의 법의 창] K-정보공개제도는 이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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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공법학회장

민주사회의 건설적 여론 형성 기여
자의적 범위 축소, 비공개 관행 여전
수요자 중심 편리성·신뢰성 강화해야

2022년도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 193개 회원국 중 3위를 차지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2010년부터 7회 연속으로 3위 이내의 순위를 기록한 국가가 되었다. 전자정부란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의 업무를 전자화함으로써 행정기관 등 상호 간의 행정 업무 및 국민에 대한 행정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정부를 말한다.

전자정부 평가가 중요한 이유는 국민의 정보공개청구권 보장을 위한 기본적 구조 구축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즉 전자정부 발전도는 국민의 정보공개청구권 보장의 효율성과 편의성 제고의 정도를 보여 주는 척도다.


정보공개제도는 공공기관이 업무 수행 중 생산·접수하여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국정 운영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정보공개를 통해 획득한 정보는 국민의 의사 형성 자료가 되고, 민주사회의 건설적 여론 형성에 기여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국정에 대한 견제 역할 수행의 바탕이 된다.

최초의 정보공개법 제정은 스웨덴에서였다. 우리나라도 1996년 정보공개법을 제정하여 1998년부터 시행해 왔다. 우리의 정보공개법 제정의 시작점은 청주시의 한 조례였다. 1991년 청주시의회가 제정했던 ‘청주시 행정정보공개조례’는 대법원의 합법 판단에 이르기까지 소송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법률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을 바꾼 지방자치로 평가된다.

뒤이어 국회가 1996년 정보공개법을 제정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3번째,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정보공개법을 가진 나라가 됐다. 그리고 2023년 현재, 178개의 지방단체에서 정보공개조례를 시행·운영하고 있고, 각 중앙행정 부처도 정보공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간 15번의 법 개정이 있었고, 정보공개 의무를 부담하는 정보공개 대상 기관의 범위를 확대해 왔고, 공공기관이 각 기관의 업무 성격을 고려하여 비공개 대상 정보 범위에 관한 세부 기준을 수립·공개하도록 하여 공공기관이 정보공개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해석 또는 축소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정보공개법상의 비공개 정보 범위의 광범위성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정보공개가 원칙이고 비공개가 예외인 구조여야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여전히 비공개 정보의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물론 정보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해서 국가기관 등의 모든 정보공개를 허용할 수는 없다.

정보의 자유가 갖는 의미와 기능을 염두에 둔다 하더라도, 국가안전보장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개인의 사생활 정보, 재판 관련 정보, 법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처럼 정보공개가 제한되어야 하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 그러나 비공개 대상 정보의 범위는 중단 없이 시대를 반영하여 검토되어야 하고 구분 가능성도 늘 고민해야 한다.

작년 8월 행정안전부가 발행한 ‘2022년 정보공개 연차 보고서’를 보면, 우리 행정기관의 정보공개율은 95% 수준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전자정부발전지수도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정보공개 의지와 실행력을 보여 준다. 그러나 여전히 정보 비공개 사례들의 운영 개선이 필요하다. 비공개 판단 기준의 불명확성이나 기관별 기준의 일관성 확보 문제, 사전 공표된 정보의 질적 제고 문제 등 더 다듬어져야 할 사항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보공개 청구 오·남용 문제의 해결 방안도 구조화해야 한다. 해당 정보를 취득 또는 활용할 의사가 전혀 없거나 정보공개제도를 이용하여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오로지 담당 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청구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행태로 인해 선량한 민원인의 알권리가 제약되거나 고질·반복 민원 등에 따른 행정력 낭비가 발생한다. 따라서 고질·반복 민원 등에 대한 자체 종결권 부여, 정보공개 수수료 부과, 일시적 정보공개청구권 제한 등 합리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정보공개제도 개선의 핵심적 방향성은 수요자 중심의 편리성 강화, 그리고 정보공개 서비스의 신뢰성과 안정성 확보여야 한다. 세계는 정보의 시대로 들어서 있고, 우리는 그 중심에 위치한 국가와 국민이다. 직지심체요절이나 세계 최초의 시한폭탄인 비격진천뢰 등 선조들의 문화유산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전자정부의 선도적 발전과 그 중요 부분으로서의 정보공개제도의 실질적 발전을 우리가 실현해 낼 수 있음을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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